■ STORY 비디오 저널리스트인 현수(김남주)는 병원 응급실 취재중에 손목을 그어 자살한 유진(서린)과 그녀의 보호자 지후(오지호)를 만난다. 지후와 유진이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임을 기억해낸 현수는 그들의 사연을 궁금해하던 중 지후의 전화를 받게 된다. 지후는 유진이 다른 남자에 대한 사랑을 접지 못해 죽음을 택했다고 알려온다. 현수는 유진이 평생 사랑한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인 진성(이서진)임을 알게 되고,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지후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 Review
“당신은 내가 부러웠나요? 비웃겠지만, 난 내가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비극. <아이 러브 유>는 거기서 더 나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는 나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한다(김남주->오지호->서린->이서진->김남주). ‘서로의 등만 바라보는 비극적인 바보들’의 사랑은 영화 내내 힘겨운 동그라미를 그리다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온다. <아이 러브 유>는 기억의 파편을 퍼즐 조각처럼 이어붙여 사랑의 지형도를 완성해 나가려 한 것 같다. 그런데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의 구도는 너무 일찍 드러난다. 누가 누굴 사랑하는지가 명백해진 뒤부터는 네 남녀의 서로 다른 기억이 나열되고 부연과 설명이 장황하게 반복된다. 이들의 엇갈린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올라갈 만큼 유서가 깊었으니, 이들의 운명에 어떤 불가항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걸까. 문제는 이런 운명이 잔혹하다고 느낄 만큼 이들 사랑의 감정과 행태에 공명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여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는 떠나보내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끌려다니며, 남자들은 사랑을 주지 않는 여자들에게 집착한다. “사랑은 비극 명사”라는 대사처럼, 캐릭터들은 사랑을 위한 사랑에, 영화는 비극을 위한 비극에 집착한다.
부활, 룰라, 디바 등을 거느린 음반사업부가 큰축인 크림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작품. 그런 이유에선지, 영화는 음악 위에 이미지를 얹는 뮤직비디오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선남선녀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거닐며 방황하는 모습이 수직으로 떨어지거나 올려다보는 극단적인 앵글과 플라잉캠 촬영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돼 있다.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 여성들을 겨냥한 팬시상품으로서의 외양은 갖추고 있지만, 타깃으로 설정된 그 또래 여성관객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기력과 허무에 젖은 캐릭터들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