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 흐름을 만들어낸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스탭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소(원장 최영기)가 펴낸 <문화산업 전문인력 형성구조와 정책지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계의 스탭 중 월 평균 7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는 비중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연출직군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 월 120만원 미만의 소득을 받는 비중이 무려 54%에 이른다. 반면, 월 평균 300만원 이상 받는 스탭 또한 20%에 달해 영화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급에 따른 임금의 양극화 현상 또한 심했다. 감독 및 기사급의 경우 300만원 이상의 비중이 55%인 데 반해 120만원 미만의 비중은 4%에 불과했지만, ‘서드’(제3조수) 이하급 스탭의 경우 120만원 미만이 무려 81%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인 455명의 평균 임금은 232만5천원이었는데, 감독 및 기사급의 평균 임금이 525만원인 데 반해 서드 이하 스탭의 평균 임금은 121만3천원에 불과했다.
스탭들의 근로시간 또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스탭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5.5일을 근무했고, 근로시간은 58시간을 넘었다. 결국 10시간 이상 노동한다는 얘기다. 특히 제작, 연출, 미술직군은 주당 6일 내외의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은 직급과 관계없이 대부분 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드 이하의 근로시간이 66시간이었고, 감독 및 기사급의 근무시간도 64.2시간이었다. 특히 미술감독의 근로시간은 주당 78.7시간이었다. 주당 84시간 이상 일하는 비중도 18%에 이르렀다. 한국 영화산업의 현안에 대한 설문에서는 불합리한 계약관행과 협소한 국내시장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한편, 이 보고서는 스탭들의 고용·근로계약, 업무 지시, 근무시간 및 장소 등을 파악한 결과 노동자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화스탭 또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미 노조 설립으로 노동자성은 인정받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며, 5월에 있을 제협과의 단체교섭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