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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느 병원에서 그냥 나왔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줄거리도 연기도 어설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복실이를) 일하는 여자로 만들기 싫어요. 험한 세상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복실이를 혜림이라 부르는 부잣집 친엄마가 말한다. 이게 내 귀엔 이렇게 들린다. 이 드라마가 말한다. “살아 있는 여자로 만들기 싫어요. 험한 세상을 닥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 줄거리는 이거다. 복실(려원)이 실은 부잣집 딸이었다. 복실이는 언니를 죽게 한 남자친구 승희(김래원)와 사랑에 빠졌다. 끝. 너무 짧다면 두줄 더 붙일 수도 있다. 복실이 큰일났다. 친엄마 알면 죽었다.

지금까지 방송분 드라마 관전평은 이거다. 질질질 끌고 징징징 짜고 박박박 우기기다. 이런 혐의까지 갈 정도다. 혹시 동정표 유발 전략? 승희는 몰랐다. 복실이가 첫사랑 동생인 줄. 복실이는 안다. 자기 언니가 승희 첫사랑인 거. 이러니 복실이 승희 앞에만 서면 징징징 짠다. 요거 하나 갖고 질질질 끈다. 지난 3월28일 1시간10분 동안 진행된 이야기는 이거 하나다. 그걸 장소 바꿔가며 계속한다.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그만 음악 틀고, 그만 그림 만들고, 이야길 좀 하란 말야. 이야길!

더구나 척 봐도 신데렐라다. 이걸 아니라고 박박박 우긴다. 이건 다르다고 박박박 우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대놓고 말하며 우긴다. 복실이가 말한다. “감독님 신데렐라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이야기… 믿으세요?”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서두다. 툭하면 드라마 속 인물들이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닌 척 말한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 어떻게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냐. 황당한 일만 생기면 너도나도 바쁘다. 우기느라 바쁘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다. 우긴다고 콩이 꿩 되나? 되는 건 하나다. 도둑이 제 발 많이 저림.

우기는 건 이뿐이 아니다. 복실이가 사랑에 빠졌다고 우긴다. 어떡하다 사랑에 빠졌는지 납득 안 가는데, 일단 그렇다고 우긴다. 복실이가 투박한 산골 소녀라고 우긴다. 승희는 어린 시절 상처가 커서 페이소스가 짙다고 우긴다. 개폼이 아니라고 우긴다. 승희의 아버지 캐릭터가 말 된다고 우긴다. “너… 아직도 나에 대한 원망이 깊구나.” 승희 아버지는 저런 대사를 뜬금없이 쳐놓고, ‘상처투성이 부자간 대화’라고 우긴다. 세련된 옷차림을 못 버린 정려원이 촌티 줄줄 나는 복실이라고 우긴다. 더구나 복실이는 툭하면 어벙한 김삼순이다. 김선아가 만든 김삼순처럼 고개를 숙이고, 김삼순처럼 말하며, 김삼순처럼 고개를 주억거린다. 김래원은 어느 드라마나 똑같다.

어설픈 연기에, 어설픈 줄거리, 어설픈 대사가 삼박자를 이룬다. 아무리 아무리 드라마 속으로 뛰어들려 애를 써도 안 된다. 이러니 질문이 불쑥 솟구친다. 넌 어느 병원에서 탈출했니? 마저 치료받고 오지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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