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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소문난 칠공주’ 주연 맡은 고주원
남은주 2006-03-30

주중엔 ‘진지남’ 주말엔 ‘푼수남’

배우 고주원(25)은 ‘요즘 가장 바쁜 신인’중 하나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 일일연속극 <별난 여자 별난 남자>에 이어 4월1일부터 시작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에 출연하면서 일주일 내내 안방을 누빈다. 분장실에서 밥도 먹고 인터뷰도 해야 하지만 정작 가장 큰 고민은 그게 아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같은 시간대에 시청자들과 만나야 한다는 게 부담입니다. 게다가 둘 다 유복한 집안의 엘리트 청년이라서 비슷한 캐릭터라는 인상을 줄까봐 마음이 쓰였습니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는 30% 이상의 시청률로 고주원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다음 작품으로 이끌었지만, 강석현 역할에서 얻은 단정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짐이 될 수도 있다. 벌써 고주원에게는 재벌 2세 캐릭터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 쏟아진다.

“에스비에스 드라마 <때려>까지는 액션물 섭외만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2005년 <부활>에서 부사장 역을 맡으면서부터는 부잣집 아들이 제격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내 옷이다, 싶은 역을 빨리 찾고 싶습니다. 아직은 해보는 수밖에요.”

분장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바쁜 일정을 감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인축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가 ‘원빈 닮은 남자모델’에 선발돼 샴푸광고로 데뷔한 것이 2001년. 그때부터 모델, 영화, 드라마 조역들을 오갔던 시간이 짧지 않았다. 첫 영화 <무등산 타잔 박흥숙>이 실패해 1년의 공백기도 있었다. “그때 <토지>의 이종한 피디님이 손을 내밀었어요. 그전까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렵고 어색했는데, <토지>의 김영광 역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의 옷을 입는 즐거움을 알았지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과 다른 세상이 거기 있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두렵고 어색할 때가 많습니다.”

데뷔 6년차 신인 아닌 신인 일주일 내내 안방 문안 내성적인 경영학도 출신 “연기에 푹 빠졌어요”

공인회계사를 꿈꾸며 서강대 경영학과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자신이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유기농을 실천하려고 귀농한 아버지와 특수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계신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요. 첼로, 태권도, 합기도를 가르치며 온갖 경험을 하게 하셨지만 배우가 될 줄은 모르셨답니다.” ‘곱고 바르게 자란 청년’이라는 그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집안 덕인 듯하다.

“그런데 저는 한번 빠져들면 정신 못 차리는 성격이거든요. 연기를 시작하니까 그 생각밖에 못하겠습니다.” 그가 지금 빠져들고 있는 것은 ‘두 얼굴의 사나이’이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장석현은 종남이를 만나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애수에 잠겨든다. <소문난 칠공주>의 유일환은 밝고 명랑한 정도가 푼수에 가깝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할 때는 단정한 마음으로, <소문난 칠공주> 촬영장에 갈 때는 미리 목소리도 한 톤 높이고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들어서려고 노력합니다.” 오늘은 “너만 있으면 돼”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장석현으로, 다음날은 “왜 그 여자냐고? 온도 맞지, 습도 맞지, 코드 맞지” 하는 유일환으로 산다.

“지금은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며 두 역할 모두 잘 소화해내는 것이 과제입니다.” ‘원색의 이미지가 충만한 배우 조니 뎁을 가장 동경하고, 영화 <연애의 목적>을 보면서 박해일 같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 잠을 못 이룬다’는 그는, 아직은 최대한 어떤 옷이든 자연스럽게 입어보이려고 노력하는 신인이다.

문영남표 코믹판 ‘작은 아씨들’

‘소문난 칠공주’ 는 어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애정의 조건>과 <장밋빛 인생>에서 한 많은 여자들을 그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문영남 작가가 쓰는 코미디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영남표 코미디’는 어떨까? 문영남 작가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속에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연출자 배경수도 “현실적 인물들을 그려 리얼리티를 가진 극으로 만들겠다”며 거든다. 주말극에서 눈물 대신 웃음을 주면서 “온 가족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국판 ‘작은 아씨들’을 꿈꾸는 <소문난 칠공주>는 개성있는 네 자매의 이야기 속에서 요즘 여자들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드라마이다. 소재로는 재혼, 외도, 팜므파탈, 마마보이, 혼전 임신, 시집살이 등 여자가 겪는 문젯거리들을 다루지만, 덕칠, 설칠, 미칠, 종칠이라는 칠자 돌림 네 자매와 연하남, 공수표, 황태자 등 주인공 이름부터가 웃겨주는 코믹물이다.

“극중 직업이 군인이라 군부대 소령에게서 군인 자세를 배웠다”는 배우 이태란은 <장밋빛 인생>에서부터 문 작가가 다음 작품을 위해 점찍었던 배우다. 이 드라마에서는 고주원(유일한 역)을 동생에게 빼앗기고 연하남과 맺어지는 역할을 맡는다. 초반에는 이태란, 최정원, 고주원 등 젊은이들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지만, 딸들이 결혼을 하면서부터 부부 문제와 고부간의 갈등 등 ‘문영남표 여자들의 현실’이 극을 끌어갈 전망이다. 군대식으로 집안을 다스리려는 완고한 아버지 박인환, 귀부인 티를 벗지 않는 윤미라, 어설픈 백수 연기의 노주현 등 감초 같은 조역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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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방송·서세원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