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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3]
사진 서지형(스틸기사)정재혁 2006-03-28

“어떤 역이든 내가 연기하는 것은 ‘오다기리’라는 인간”

패션은 곧 메시지다. 3월12일 웨스틴조선호텔, 오다기리 조는 마치 히미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듯, 영화 속 히미코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매우 침착하고 조용했으며, 간단한 질문에도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 때로는 <박치기!>의 사카자키 같고 때로는 <메종 드 히미코>의 하루히코 같았던 그와의 인터뷰를 아래 싣는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게이 하루히코 역을 맡았다. 어떤 준비를 했나. =게이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말투나 앉는 자세, 이런 걸 게이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히코는 게이라서 히미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사랑을 하게 된 대상이 히미코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일본의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긴 담배를 피운다. 길고 가는 담배. 그래서 ‘에세’ 담배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그걸 피웠다.

-게이인 하루히코가 사오리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인간이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에도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루히코가 게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니까 꼭 하나의 길(게이)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켜서 갈 수도 있다. 그게 인간이다.

-최근 한국에 소개된 <박치기!>와 <메종 드 히미코>에서 매우 다른 성격의 연기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선 내 연기 스타일의 기본은 메소드 연기다. 하지만 아무리 역할이 다양하다고 해도 결국은 다 ‘오다기리 조’라는 인간이다.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은 내가 가진 다중인격의 부분들이 나오는 것이다. 역할이 아무리 상반된다고 해도 이는 다 ‘오다기리’를 연기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방영된 <시효경찰>은 매우 독특한 코미디다.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시효경찰>은 영화 <인더풀> 감독과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의 감독이 명백하게 갈리는데, 이번 경우엔 ‘영화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시효경찰>은 지금까지 TV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바보스럽고, 시시한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웃음)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코미디 연기란 무엇인가.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한다.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다. 그리고 웃음은 현실의 의외성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리얼리티를 유지하면서 의외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코미디는 단순히 한 사람이 바보 역을 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무대에 있다고 했을 때, 서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웃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립대에 입학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국립대에 입학했다면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 말 잘 듣는 학생이었을 것 같은데(웃음), 어떤 계기로 그런 중대한 결심을 했나. =고교 시절, 일본에서는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일단 영화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감독이 되고 싶었고 최고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립대에 입학했던 건, 점수가 더 높은 학교에 합격할수록 그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나의 의지가 명확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립대라고 해도 들어가기 쉬운 곳을 골라 시험봤다. (웃음)

-좋아하는 감독이 짐 자무시라고 들었다. =짐 자무시 영화는 미국에 가서부터 보았다. 일본에서는 매우 작은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인디영화를 볼 수 없었다. 극장에도 비디오 가게에도 모두 할리우드영화였다. 만약 지금 내가 좋아하는 존 카사베츠와 짐 자무시 영화를 그때 알았다면 할리우드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뉴욕에 갔을 것이다. 이들의 영화를 알게 되면서 점점 할리우드가 싫어졌다.

-영화,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에게 창작이란 무엇인가. =창작을 하는 것 외에는 흥미가 없다. 놀러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친구도 별로 없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즐겁다.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뭐든지 많이 먹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겐 많이 먹는 게 재능이다. 그 사람이 떡볶이를 먹고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은 떡볶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위의 상태는 어떨까’ 등이 궁금하다. 그것들을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그만의 것을.

-평소 옷차림이 매우 독특하고, <시효경찰>에서의 헤어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번 일본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여고생 머리를 하고 나왔다. =나의 패션에는 반드시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건 비밀이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사람의 외관은 자신을 표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외관으로 나를 표현한다. 패션을 통해, 헤어 스타일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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