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라이브 플래쉬>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에로틱 스릴러다. 영화의 어두운 표면을 장식하는 것은 스페인의 어두운 과거사와 감독의 경험인데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프랑코 정권의 망령이 남아 있던 1977년 전후로 설정되어 있으며, 감독이 어린 시절 다닌 가톨릭 기숙학교가 비극을 잉태한 지점으로 지목받는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서면 ‘나쁜 교육’으로 통칭되는 그런 배경들은 모두 맥거핀으로 바뀌어버린다. 각본 단계에서 <방문자>로 이름 붙여졌던 <나쁜 교육>은 수많은 방문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한 남자가 한 남자를 찾아오고, 과거가 현재에 도착하며, 기억과 의문과 삶은 문자와 진실과 죽음의 방문을 받는다. 알모도바르는 여기서 작정하고 앨프리드 히치콕과 필름누아르의 세계를 탐하는데, 환영과 복제 그리고 열정이 초래한 비극이란 점에서 <현기증>은 <나쁜 교육>의 직접적인 모태가 되고 있다. 양면성과 정체성 그리고 어긋난 시간과 제어되지 못한 욕망을 알모도바르만이 연출 가능한 스타일 속에 가둬놓은 <나쁜 영화>는 가장 호사스런 필름누아르로 불릴 만하다. DVD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본편 재생 뒤 12분이 흐르면 알 수 있는데, 결과를 말하자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부록으로는 영화 속 영화 말미를 수록한 두개의 삭제장면(5분), 알모도바르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는 제작현장 영상(2분), 알모도바르가 찍은 현장 사진과 장 폴 고티에의 의상디자인(사진), 포스터 등을 담아놓은 갤러리, 예고편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