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기대치를 한참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3월15일 이병헌, 이정재 등의 소속사 팬텀은 지난해 69억원의 영업손실과 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발표된 예당엔터테인먼트의 영업손실은 68억원, 순손실은 284억원이었다. 싸이더스는 영업손실 42억원과 순손실 11억원을, MK픽처스는 영업손실 57억원, 순손실 121억원, 튜브픽쳐스는 영업손실 14억원, 순손실 92억원을 기록했다. 또 2005년 12월31일자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를 맞았던 서세원미디어그룹은 2월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25.5%로 낮췄다고 밝혔다.
결국 영업이익 36억원, 순이익 62억원을 기록한 IHQ와 3억5천여만원의 순수익(영업손실 39억원)을 낸 CJ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대다수 영화·엔터테인먼트업체가 지난 한해 커다란 규모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들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실적 발표 뒤 일부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지난해 우회등록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 손실은 기존 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재명 MK픽처스 사장은 “지난해 적자는 공구사업(세신버팔로)에서 나온 게 대부분이다. 공구부문이 정리됐고 배급사업, 중국과의 비즈니스 등이 본격화하는 올해부터 나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우회등록한 튜브픽쳐스의 김동욱 이사도 “거의 모두가 기존 업체인 두리정보통신이 만든 적자”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나 증권가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 초에 발표될 2006년의 실적이다”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안 ‘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만 달면 주가가 올랐지만, 내년 이맘때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실제로 돈을 버는지 여부가 눈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단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을 단 업체가 솎아져 ‘옥석 구분’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각 업체들의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컸던 이유는 내년 실적발표를 대비해 시장이 안 좋은 올해 적자를 당겨 잡았기 때문”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년에도 옥밭에는 여전히 돌들이 굴러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