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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서울시의 꼭짓점 댄스
김소희(시민) 2006-03-17

남의 선의가 때론 내게 고통이 될 수 있다. 국장님, 부장님 줄줄이 모시고 2차 뛰고 3차 노래방까지 간 이들은 사장님이 넣어주는 10분, 5분 추가 서비스가 결코 달갑지 않다. 줄여줘도 괴로운 판국에 말이다. 지하철 옆자리 사람이 아이에게 과자를 주는 것도 노땡큐다. 정제당과 나쁜 기름, 인공첨가물로 만들어진 ‘달콤한 독약’이 아닌가.

붉은 악마를 후원하는 걸 돈벌이 마케팅이라고 마냥 욕할 문제만은 아니다. 정말 후원하고 싶고 돈도 된다는데 뭐(어? 갑자기 왜 춥지?). 기업 생리상 그렇단 말이다. 그런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가 월드컵 기간(6월9일∼7월9일)에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의 독점적 사용권을 SK텔레콤 컨소시엄(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국방송, SBS 참가)에 하루 사용료 521만원에 판 건 대체 어떤 ‘선의’가 있을까. 내 옆옆자리 길아무개 말대로 “‘누굴 때리면 나쁘다’ 수준을 넘어서는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따져볼 문제”다.

“한국의 두 경기가 새벽 4시에 열리므로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고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곁들여야 한다”는 게 사용주관단체를 뽑은 서울시의 해명이다(시민 안전은 포돌이·포순이가 지켜주지 않나?). 졸지에 KTF와 짝지어 입찰에 참가했던 붉은 악마는 상업성에 편승했다는 비판 속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지 모른 척하고 그냥 시청 앞에서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된 것은 서울시 의회가 광장 사용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더 정확하게는 잔디 훼손을 막으려고) 시의 허가를 받아야 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바꿨기 때문이다. 자기 아이가 ‘서울대에 갈 만한’ 친구들만 사귀기를 원했다는 뒷얘기는 유명하지만, 어쨌든 시장님의 취향 참 독특하신 탓에, 그동안 반핵반김류의 애국·우익들 집회만 허가돼왔다. 서울시, 대기업, 붉은 악마로 엮인 꼭짓점 댄스의 ‘꼭지’가 서울시인 것은 미학적으로도 보기 안 좋다. 당장 철회하길(조례보다 상위법인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도 있고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