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이란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야릇한 힘을 뜻한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심천대학교 염색과 교수이자 환경단체 회원인 은숙(문소리)의 매력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이거나 학교 선생인 같은 단체 회원들 거의 대부분과 은밀한 관계를 맺은 바 있는 그는 화제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도수없는 안경을 끼고, 처음 만난 남자와 격렬한 섹스를 즐기고는 어처구니없이 도덕적인 쪽지를 남긴 채 사라지며, 그저 묻어두고만 싶은 과거를 품고 사는 이 여자. 치명적이지 않은 은숙의 장애가 뭇 남성들의 호감을 유발하듯, 은숙의 빈틈이 그리고 은숙을 둘러싼 사내들의 뻔한 수작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밉지만은 않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것은 비단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편집과 촬영, 음악과 연기 등 모든 요소는 일단 그 리듬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낯설게 다가온다. 감추고 싶은 어떤 과거를 은숙과 공유한 석규(지진희)가 심천대학에 부임하여 환경단체에 합류하면서, 은숙을 사모하는 유 선생(유승목)의 질투를 유발하고 급기야 둘의 과거를 캐는 등 일반적인 장편영화에서 숨가쁜 갈등을 유발할 만한 상황도 왠지 모르게 썰렁한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시종일관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이 영화의 화법은 기묘할지언정 미숙하진 않다.
<여교수…>의 모든 것은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상업영화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유머, 친절을 가장한 안이한 스타일을 강요당했던 관객에게, <여교수…>는 낯선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원지의 오리배는 인물들과 대등한 비중으로 프레임에 나란히 위치하고, 주인공들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살짝 초점이 어긋난 대화를 나누며, 불행해져야 할 인물들은 뻔뻔스럽게 구원을 얻는다. 삑사리가 일상이고 어색함이 컨셉인 인물 그리고 상황들. 에누리없이 깔끔한 대중영화와는 전혀 다른 일상이지만, 이는 오히려 삐걱대고 어색한 순간으로 넘쳐나는 우리의 일상과 한 발짝 가깝다. 이하 감독은 어눌한 듯 야심찬 자신의 데뷔작을 통해, 현실을 감각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하고, 듣는 순간에는 썰렁하지만 곱씹을수록 낄낄거리게 되는 웃음의 지점을 보여준다. 물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농담이란 없다. 어차피 매력이란,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힘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