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146일인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73일로 줄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3월7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영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7월1일부터는 연간 73일 스크린쿼터가 적용될 예정이다. 예정된 충격이었지만, 영화인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화계는 1월26일 깜짝발표를 통해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원칙을 뒤집은 뒤 ‘묵묵부답’과 ‘여론호도용 이벤트’로 일관하다 결국 축소를 강행한 현 정부를 향해 ‘제2의 매국행위를 저질렀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로 달음질친 상황에서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를 ‘원상복구’하기 위해선 한-미 FTA 저지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화진흥법 모법(母法)에 스크린쿼터 146일을 적시해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려고 했으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비협조로 2월 임시국회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 각 부문과의 연대 투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영화인 대책위의 홍성원 홍보국장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이었던 만큼,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도 힘을 잃게 된다”고 전했다. 노동, 의료, 교육, 시청각미디어 등 분야별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움직임이 4월 초에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으로 모아지면 영화계도 본격적인 싸움에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협상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최악의 상대’ 미국과의 통상협정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벌써부터 전문인력 부족으로 허둥지둥하는 정부가 앞으로도 ‘제 맘대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