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는 문학작품을 다시 영화화하면서 평범한 노선을 택했다. 날선 해석을 보여주던 <맥베드> 때와는 많이 다르다. 도둑, 장물아비, 소매치기, 창녀의 틈 사이에서 꽃을 피운 소년의 이야기를 위해 폴란스키가 만든 19세기 중반의 런던은 과거 데이비드 린과 캐럴 리드의 것과 별 차이점이 없다. 기본적으로 린 버전의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세트 디자인을 따른데다 영상과 색감 그리고 다소 낙관적인 분위기에선 리드의 버전이 느껴져서 폴란스키가 중용을 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출생의 비밀이 빠지고, 성숙과 관용의 결말을 붙인 게 눈에 띄는 차이다). 폴란스키는 찰스 디킨스의 고전을 선택한 이유를 단순히 “내 아이를 위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전작 <피아니스트>와 <올리버 트위스트>를 나란히 두면 연결된 주제가 읽힌다. ‘고통에 빠진 개인이 갈구하는 구원의 손길.’ 인간으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극적인 비극과 영광을 경험한 그에게 영화는 후회어린 고백록과 같다. 그러니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 머리말에서 “선의 원리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아 끝내 승리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쓴 부분을 다시 읽게 되며, 칠순 폴란스키의 깨달음과 디킨스의 바람이 만난 자리에서 옛 폴란스키의 재기 넘치는 세계가 사라졌다고 푸념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DVD 부록으로는 제작 뒷이야기인 ‘폴란스키의 트위스트’(사진, 29분), 세트·의상·촬영을 다룬 ‘베스트 오브 트위스트’(18분), 올리버 역을 맡은 바니 클라크의 일기 엿보기(6분) 등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