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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익숙한 소음
김소희(시민) 2006-03-10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20여분간 누군가를 기다릴 일이 있었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에스컬레이터 위아래를 비롯해 역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에서 “뛰거나 걸으시면 다치실 수 있습니다”, “취객이나 노약자는 적극 도와주십시오”,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가는 게 안전합니다”, “잡거나 기대시면 넘어질 위험이 있습니다”류의 하나마나한 말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음에 대단히 ‘관대’한 건 알고 있지만, 이런 음성방송을 쉼없이 틀어대는 관리책임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익숙한 일이고 그래서 신경쓰면 나만 피곤한 일은 많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결사적으로 막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행동을 향해 “또 몸싸움”이라고 내뱉는 냉소나 철도노조 파업에 “시민의 고통” 운운하는 방송의 레퍼토리는 ‘익숙한 소음’이다. 그 소음은 귀를 마비시킨다. 일상이 된다. 재계나 경제단체도, 하다못해 재경부도 아닌 노동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는 것도 익숙한 소음이다. 8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면서 왜 사용 분야에 제한을 안 두고 2년 간격으로 돌려쓸 수 있게 하나. 보호한다면서 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더 늘리냔 말이다. KTX 여성승무원들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용역하청회사의 비정규직이어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중간에 왕창 떼먹혀서 그렇지 KTX에서 그들 노동의 대가로 나가는 돈은 똑같다. 말하자면 우리가 내는 차비에서 서비스 대가로 잡히는 비용은 똑같단 말이다. 왜 같은 돈 내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차별받는 언니들에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 정녕 모르겠단 말이다. 양극화를 잡고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 책임자들이 줄줄이 강남에 집을 몇채씩 갖고 있고 짜고 치듯이 부동산값에서 0을 하나 떼고 신고하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요즘 부쩍 도는 얘기처럼 “만약 이회창이 대통령인데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면…” 세상이 이렇게 조용할까? 음, 웬 하나마나한 소리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