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친구의 애증의 성장기 <어깨 너머 연인>
원작 <어깨너머의 연인>(肩ごしの戀人)/소설/유이카와 게이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루리코는 참느라 앓느니 뺏고야 만다는 신념의 소유자. 그녀에게 결혼은 ‘약탈 전쟁’에서 승리한 뒤 치르는 자축 의식이다. 소꿉친구인 모에의 남자친구를 가로채서 세 번째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그녀는 당당하다. 반면, 모에는 남자, 명품, 스캔들 외에 관심이 없는 시샘과 질투로 가득한 루리코를 속물이라고 여긴다. 섹스는 그저 “상대의 몸을 이용한 마스터베이션일 뿐”이라고 여기는 모에는 루리코와 정반대다. “마음에 들 것 같은 무엇을 발견했을 때는 반드시 트집을 잡고야 마는” 모에에게 결혼은 그저 공인된 섹스 파트너를 확보하는 불편한 허례일 따름이다. 126회 나오키문학상 수상작인 <어깨너머의 연인>은 타인을 점함으로써 자신을 확인하는 루리코와 타인을 배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모에가 함께 쓰는 뒤늦은 성장기다. 과연 그녀(들)는 자신(들)으로 가닿는 내밀한 통로를 찾았을까.
영화는 이렇게 <어깨 너머 연인>은 투자사인 일본의 아뮤즈픽처스에서 직접 제작하려던 프로젝트였다. 일본 내에서 마땅한 감독을 찾지 못한 아뮤즈쪽에서 마침 <…ing>를 눈여겨봤고, 이언희 감독에게 연출 제의를 했다고. “루리코와 모에는 같이 있으면 서로 짜증을 내지만 결국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직접 느낀 적도 많았고, 그래서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이언희 감독은 연출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제작환경이 익숙한 국내 영화사를 물색했고, 결국 일본쪽과 교류가 활발한 싸이더스FNH에 둥지를 틀었다. 아뮤즈는 투자사로 <어깨 너머 연인>에 참여한다. 각색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해서 원작의 몇몇 설정들을 고쳤고(모에와 루리코의 신념을 뒤흔드는 어린 가출소년 다카시와 멋진 게이 료는 사라졌다. 모에의 직업은 사진작가, 루리코는 전업주부로 바뀌었다 등), 원작이 출간된 시점(1998)을 고려해서 현 시대에 맞는 설정들을 집어넣었다고.
제작 싸이더스FNH 감독 이언희 개봉 캐스팅 중. 3월 말 촬영 시작
세상 끝에서 만난 눈먼 사랑냉정한 호스트와 외로운 재벌딸의 러브스토리 <사랑따윈 필요없어>
원작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愛なんていらねぇよ、夏)/TV 드라마/쓰쓰미 유키히코 연출
원래는 이랬는데 “여자의 마음은 말이야, 사랑으로 어떻게든 된다구. 남자의 마음 따위는 돈으로 어떻게든 된다구. 그러니까 나는 돈밖에 믿을 수 없다니까.” 사랑에 냉소적인 남자 레이지(와타베 아쓰로)는 도쿄 가부키초에서 가장 잘나가는 호스트다. 어두운 과거마저도 여자들의 마음을 사고 돈을 얻는 데 사용하는 레이지. 한편 아코(히로스에 료코)는 대부호인 아버지의 죽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아코는 아버지의 유산 문제 때문에 어려서 헤어진 오빠를 찾아나서는데, 공교롭게도 진짜 오빠는 그만 사고로 죽는다. 레이지는 아코 가족의 사진을 손에 넣고 유산을 갈취하기 위해 아코의 오빠 행세를 하기로 한다. 자신과 너무 다른 레이지를 만난 아코는 그와 사랑에 빠지고,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오래 마음을 닫았던 레이지도 아코에게 기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쉽게 이루어질 리 없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연출진은 미해결 사건을 푸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려 큰 성공을 거두었던 <케이조쿠> 팀으로, 프로듀서 우에다 히로키와 연출자 쓰쓰미 유키히코이다. <케이조쿠>에서도 와타베 아쓰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영화는 이렇게 10회에 걸쳐 방송된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는 두 남녀주인공을 중심축으로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고 있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시월애> 조감독이었던 이철하 감독의 감독 데뷔작으로, 현재 프로덕션 준비 중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은 2002년 7월부터 <T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호스트 레이지와 대부호의 눈먼 딸 아코의 사랑 이야기다. 설정만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느슨해질 틈을 주지 않는 대본과 와타베 아쓰로와 히로스에 료코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랑 따윈 필요없어’라는 말은 어릴 때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지고 가부키초에서 여자들에게 사랑을 팔며 사는 1등 호스트 레이지와 주변이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데다 떠나버린 엄마와 앞이 안 보이는 자신을 난처해했던 아빠 때문에, 그리고 장애로 인해 삐뚤어진 아코의 소외감을 드러내는 한마디다.
제작 싸이더스FNH 감독 이철하 개봉 현재 캐스팅 작업 중. 3월 크랭크인 예정
너무 많이 고지식한 사나이강직한 순경 정도만의 인질극 코미디 <바르게 살자>
원작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遊びの時間は終わらない)/영화/감독 하기니와 사다아키
원래는 이랬는데 강직한 순경 히라타는 경찰서장의 자동차도 붙잡아 딱지를 떼는 사람이다. 경찰학교에 다닐 때부터 고지식하기로 유명했던 그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법을 수호하고자 할 뿐이다. 형사과로 발령받아 소원을 이루는가 했던 히라타는 실마리를 찾지 못한 은행강도 사건의 본보기로 형사과 자체 감원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나 경찰이 연이은 은행강도 사건을 막기 위해 모의훈련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히라타는 다시 할 일을 찾는다. 평소처럼 고지식하게 은행강도 관련 책과 비디오를 공부해 강도 역을 맡은 히라타. 그는 모의훈련 도중 경찰 역을 맡은 엘리트 경위를 제압하고, 은행직원과 고객들을 인질 삼아 인질극을 벌인다. 오직 훈련에 충실할 뿐인 정도만은 자신을 체포해야 인질극이 끝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와중에 사건을 진짜 인질극으로 착각한 지역 방송국 기자까지 은행으로 달려온다.
영화는 이렇게 <으랏차차 스모부> <쌍생아>의 모토키 마사히로가 출연한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는 몇년 동안 장진 감독의 신작으로 알려졌던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영화의 리메이크는 몇년 동안 연기되었고, 판권 연장 계약을 체결해 <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감독이었던 라희찬 감독에게 넘어갔다. 라희찬 감독은 1991년작인 <노는 시간은…>에 먼저 한국적인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코미디는 정서의 차이가 다른 장르의 영화보다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라희찬 감독이 원작에서 끌렸던 요소는 드라마보다는 캐릭터. 상관의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바른생활 사나이 정도만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모의훈련에 혼자 열심히 참가하여 경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라희찬 감독은 이 남자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만 빚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를 첨가할 예정이다. “아직 나만의 색이 무엇인지 보여준 적이 없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나만의 색채를 접목하고 싶다”는 것이 데뷔를 앞둔 라희찬 감독의 심정이다.
제작 필름있수다 감독 라희찬 개봉 2006년 6~7월 크랭크인 예정
게이 남편과 알콜중독 아내의 신혼일기에쿠니 가오리 원작의 멜로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원작 <반짝반짝 빛나는>(きちきちひかゐ)/소설/에쿠니 가오리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남자가 말한다.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여자가 답한다.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무츠키와 쇼코는 신혼부부지만,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달콤한 관계는 아니다. 게이인 무츠키는 쇼코와 결혼을 한 뒤에도 남자친구 곤을 만나고, 알코올 중독자인 쇼코는 당연하다는 듯 용인한다. 부모의 뜻에 따라 선을 본 끝에 ‘겨우겨우’ 한집에 살게 된 두 사람은 남들은 이해 못할 이 결혼이야말로 서로에 대한 최상의 배려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쇼코의 조울증은 무츠키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지고, 그녀의 외로움을 메우기 위해 택한 무츠키의 처방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온다. 홀로 반짝반짝 빛날 수 없음을, ‘별’은 알고 있다고 일러주는 짧은 소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게이 붐이 불었을 때 출간되어 대중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1998년에는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무츠키를 위해 쇼코가 내민 파격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인지는 국내에도 꽤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는 이렇게 김무령 프로듀서가 판권을 구입했던 2002년만 하더라도 국내에 일본 소설 열풍이 불기 전이었다. “게이 남자와 조울증 알코올 중독자의 특이한 이야기를 쿨하게 풀어간 것이 신선했다”는 김 프로듀서는 “원작이 캐릭터는 독특한데 드라마가 별로 없어서 영화적 설정으로 풀어내기 위해 적지 않은 공력과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초고를 썼던 김지혜 작가가 원작의 매력들을 발라냈고, 이후 시나리오 수정을 맡은 이해영, 이해준 감독(<천하장사 마돈나>)이 “밝힐 수 없는” 아이디어를 덧붙여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게이영화로 풀고 싶지 않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관객이 공감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는 김 프로듀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팬들이 실망하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라며 덧붙인다. <살인의 추억> 연출부 출신인 이용주 감독은 원작 각색 과정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데다 멜로적 감성이 풍부해서 결국 데뷔 준비 중이던 자작 시나리오 <건축학 개론>을 미뤄두고 메가폰을 들게 됐다는게 제작진의 귀띔.
제작 싸이더스FNH, 영화사 반짝반짝 감독 이용주 개봉 캐스팅 중. 여름 촬영 시작 예정
내게는 너무 과분한 당신60년대 충무로 쇼비즈니스와 사랑을 다룬 드라마 <당신의 가방모찌>(가제)
원작 <가마타 행진곡>(蒲田行進曲)/연극, 영화/쓰카 고헤이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쓰카 고헤이의 희곡으로 일본에서 1980년 초연됐고, 후카사쿠 긴지가 1982년 영화로 만들었다. 연극무대의 특징을 의식적으로 옮긴 연출과 촬영소의 애환을 코믹하게 형상화한 에피소드들로 일본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액션 스타로 군림해온 긴시로는 자신의 위세를 위협하며 인기를 얻어가는 젊은 배우의 출현에 긴장해 자기 아이를 가진 여배우 고나츠를 떼어내기로 작정한다. 긴시로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 지망생으로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야스에게 고나츠를 무작정 떠넘긴다. 고나츠는 헌신적인 야스를 무시하지만 야스는 그녀를 위해 위험한 스턴트 역을 맡으면서 결혼과 출산비용을 번다. 야스의 한결같은 모습에 고나츠는 점차 마음이 끌리는데, 그가 긴시로의 명성을 위해 영화 <신센조>의 절정부에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위험한 역을 대신 맡기로 하면서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이 고조된다.
영화는 이렇게 김지운 감독이 영화 데뷔 전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선보였던 <가마타 행진곡>은 여전히 연극과 연을 맺고 있다. 연극배우 유연수가 시나리오로 각색 중이고, 배우이자 연극연출가로 활약해온 박광정이 감독을 맡았다.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예전에 활동하던 도에이의 교토 촬영소에서 영화를 찍으며 실제 촬영장의 분위기를 맘껏 쏟아놓았다. 유연수 작가는 이를 60년대 충무로로 바꿔 그때의 에피소드들로 재구성하고 있다. 박광정 감독은 “배우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결코 넘볼 수 없었던 여자와 맺어지는 구도인데, 그것보다는 좀더 다른 방향의 결론이 나올 것 같다”며 “뭔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이의 처절한 인생 전투기가 될 듯싶고, 쇼비즈니스와 배우의 이야기들을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을 살리려 한다”고 말했다.
제작 싸이더스FNH 감독 박광정 개봉 현재 캐스팅 중. 2006년 가을 크랭크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