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별 희한한 사이트들과 마주하게 된다. ‘마릴린 먼로의 발가락이 6개’라는 둥의 루머를 모아놓은 사이트부터 돈까지 내면서 옥에 티 찾기에 혈안이 된 사이트까지, 별의 별 괴이한 일에 열중하는 사이트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결말을 알려줘서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맘에 안 드는 결말을 아예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엉뚱하게 바꿔버리기도 한다.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에 찍힌 소년 유령의 정체, 역대 최다 옥에 티를 낸 영화가 궁금하다면 일단 들어가보자.

루카스 스필버그 날고 기고 한다지만 영화 속 옥에 티끌 피해갈 자 누구인가 잘된 영화 딴죽 걸어 쾌감이나 느껴보세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옥에 티의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 존 샌디즈(26)가 운영하는 사이트. 17살 때부터 영화 속 옥에 티 찾기에 주력해왔다는 그는 <Movie Mistakes Take> 시리즈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옥에 티를 낸 영화, 최고의 옥에 티, 옥에 티를 많이 낸 감독들의 순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무비 미스테이크> 바로 가기

http://www.moviemistakes.com

하루 방문자 수가 2만명을 웃돌 정도로 인기있는 이 사이트에는 4638개의 영화에서 무려 5만7064건의 옥에 티가 발굴돼 있다(2월20일 현재). 사이트의 인기 비결은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다. 특히 대본상의 실수, 틀린 정보 제공, 스탭이 보인 경우, 플롯상의 결함, 고의적인 실수, 노출 실수(내용과 상관없는 물건 등이 보인 경우), 기타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

이곳에선 매년 투표를 통해 ‘올해의 옥에 티’를 선정하는데, 2005년 최고의 옥에 티 1위는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였다. ‘영화는 뉴욕 근처를 무대로 하고 있으나, 졸리와 피트의 차 추격신에선 로스앤젤레스의 간판이 보인다’는 것.

현재 이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는 단연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시리즈다. ‘역대 최다 옥에 티’를 자랑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1977)를 비롯해,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또한 158개의 옥에 티를 내며 2005년 최다 옥에 티 1위와 최고의 옥에 티 2위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의 장면은 유타파에서 오비완이 그리버스 장군과 대결할 때 등장한다. 오비완은 천장에서 뭔가를 잡아당겨 드로이드를 부수는데,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이 끝난 뒤에는 천장과 부서진 드로이드 조각이 온데간데없다(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미영화연구소(AFI)가 1998년에 선정한 100대 영화 가운데 15위를 차지했다).

<킬 빌>에서 싸움이 끝난 뒤 여자의 옷 앞에 없던 피 얼룩이 생겨나 있다.

메인 페이지 오른쪽에는 “너희는 직업도 없냐?”(존 랜디스 감독) 등 유명 인사들이 남긴 인사말도 보인다. 피터 잭슨 감독도 이 사이트를 보고 “재밌다!”란 말을 남겼다지만, 그의 작품이라고 옥에 티 총알을 비켜갈 순 없다. 바로 <킹콩>에서 앤(나오미 왓츠)이 뉴욕에서 킹콩을 만났을 때의 장면이 ‘2005년 최고의 옥에 티’ 3위를 차지했기 때문. 카메라가 킹콩을 비출 때 킹콩은 눈에 휩싸여 있지만, 앤을 비출 때는 거리에 눈발이 거의 날리지 않는다.

한편 이들과 대조적으로 ‘완벽한 영화’라는 메뉴도 있다. 바로 옥에 티가 하나도 없는 영화란 뜻인데 한국영화 <올드보이>도 순위에 올랐다. 하지만 리스트에 올라온 영화들이 대체로 인지도가 없는 것들이라 ‘옥에 티의 개수=관심도’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고의 옥에 티 감독 5인

스필버그는 이런 것도 1등

순위 / 감독 / 옥에 티 총 개수 / 가장 큰 옥에 티를 낸 영화 / 문제의 옥에 티

1 / 스티븐 스필버그/ 1132 / <레이더스> / 영혼의 우물에 있던 인디가 코브라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안전유리에 앉은 코브라가 반사되는 게 보인다. 인디가 헤엄칠 때는 손전등이 반사된다(이 부분은 새로 나온 DVD판에서 수정됐다).

2 / 피터 잭슨 / 976 /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 메리와 피핀이 우룩하이 병사들에 의해 묶여 있는 장면. 말이 피핀을 치려 하자 그는 포박을 푼 손을 얼굴 위까지 들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의 손은 어느새 묶여 있다.

3 / 조지 루카스 / 733 /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 / 돌격대가 조종실로 들어갈 때, 스크린 오른쪽에 있던 돌격대원 중 하나가 그의 머리를 문에 부딪친다. DVD판은 그가 머리를 부딪힐 때 쾅 하는 효과음을 입혔다.

4 / 앨프리드 히치콕 / 631 /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 러시모어 산 카페의 사격신에서 뒤에 있던 한 소년이 손을 귀에 대는 장면. 왜냐하면 그는 총이 발사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 / 크리스 콜럼버스/ 623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덤블도어의 방에 있던 말포이의 머리카락이 어깨 뒤로 날리는 장면. 조명이 그의 목 뒤를 비출 때, 짧은 갈색의 실제 머리카락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