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에 들어가 ‘소심’이라는 단어를 한번 입력해보라. 소심한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 소심지수 테스트를 측정해주는 사이트마저 있다. 세상에 나만 소심한 성격인 줄 알고 고민했더니,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세상엔 이렇게 소심한 인간들이 많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의 일상이 늘 불안감에 쪼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냉소로 자신의 소심함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는 1cm의 행복을 느끼며 나름의 행복론을 펼친다. <씨네21> 온라인에서 <올드독의 TV 감상실>을 연재 중인 정우열의 일기장 혹은 낙서장 같은 만화 <올드독>은 소심한 사람들의 이런 희로애락이 아주 ‘아티스틱’하게 그려져 있다.
<올드독>의 화자 올드독은 도시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늙은 개. 그는 도서관 옆자리에 앉은 메뚜기족에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방귀라는 단어에만 적용되는 동사 ‘뀌다’의 운명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좋아하는 외화 프로그램 시즌이 종영된 뒤 후속 시즌을 방영하지 않는 방송사 담당자를 응징하는 ‘상상’을 하고, 자신의 티셔츠를 고르지 않았다고 역정내는 선배 앞에서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집에 돌아온 뒤에야 혼자만의 정론직필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동시에 아끼던 컵 세트를 몽땅 깨먹고서도 그들이 있어서 즐거웠던 때를 기억하며 행복해하고, 고될 것이 뻔한 1년을 보내기 위해 곳곳에 자기만을 위한 이벤트(온갖 공연과 콘서트 같은)를 준비하고, 녹차팥빙수와 홈쇼핑에서 사둔 호두를 먹으며 온갖 고뇌를 잊는다.
<올드독>의 소심한 개 올드독이 늘어놓는 일상에 대한 온갖 잡다구레한 생각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든다면, <올드독>의 간결한 낙서풍 그림체와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컬러의 사용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사실 온라인에서 연재될 때 그 진가를 200% 발휘하는 색감과 그림체지만, 지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그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