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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슬픈 광대를 위하여, <레니>

EBS 3월4일(토) 밤 11시30분

코미디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이지만 그 출발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 코미디는 배우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등 초기 코미디 배우들이 그렇다. 스크린에 등장한 코미디 배우들, 특히 초기 배우들은 쇼무대 등에서 활약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그들은 우스꽝스런 몸짓과 개그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음악영화 <올 댓 재즈>(1979)를 만든 밥 포스도 자신의 연기생활을 쇼무대에서 출발했다. 스탠딩 코미디언이 나오는 밥 포스 감독의 <레니>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레니 브루스는 1960년대 활동했던 코미디언이다. 사회 문제까지 언급하는 그의 코미디 스타일은 종종 세인들에게 천박하고 외설스럽게 받아들여져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그를 알던 사람들은 하나둘 그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늘 외롭다고 느껴왔던 브루스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아내 허니와 어머니 샐리, 그리고 매니저 아티 실버였다. 브루스는 자신의 코미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실제로 가족 앞에서 실연해 보인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비유하는 코미디를 선보일 때도 가족들은 그의 그런 괴팍함과 나름의 활동성을 좋아했다.

<레니>는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스탠딩 코미디언 레니 브루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브루스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해 회상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레니 브루스에 관한 좋은 기억 혹은 그렇지 않았던 기억이 교차하고 있다. 원래 전통적인 스탠딩 코미디로 출발한 브루스는 차츰 미국사회와 미국인들을 향한 풍자를 주제로 삼는다. 과감한 성적 묘사와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 풍자를 즐겨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그의 삶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찾아오는데 마약과 법정 소송, 그리고 비타협적 브루스의 성격은 주인공을 어두운 늪으로 끌어가곤 한다. 이렇듯 영화는 마약중독에 빠져드는 비극적인 한 코미디언의 삶을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레니>는 코미디언 브루스의 삶을 흑백화면에 담아내 회고적인 톤과 함께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레니>는 코미디언의 고단한 삶을 다룬 <코미디의 왕>(1983)이나 <맨 온 더 문>(1999)을 연상케 하며 레니 브루스로 분한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는 어느 작품보다 빛난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했던 밥 포스 감독은 안무가 겸 연기자, 그리고 연출자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카바렛>(1972), <올 댓 재즈> 등이 그의 영화 대표작이며 이 밖에 <피핀>이나 <댄싱> 등의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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