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휴대전화 광고 문구 같지만 요즘은 휴대전화로 영화도 보고 올림픽 중계를 비롯한 TV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2천년이 넘은 고대 유물이 가득한 이탈리아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트래 이탈리아 모빌 컴퍼니’는 이미 쇼핑, 영화, 날씨 등 휴대전화로 무료 이용 가능한 정보들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미래에 대안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상품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TV폰 송신소 이름을 ‘라 트래’(La 3)로 부르고 있다. 라 트래는 TV 프로그램과 축구경기 생중계, 최근 개봉영화 상영 등의 상품을 이르면 오는 5월부터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6월에 있을 독일월드컵 생중계를 이미 계약했으며, 국내 세리에A 축구경기 생중계도 계획하는 등 축구 마니아를 겨냥한 상품 구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TV폰의 가장 큰 이점은 언제 어디서나 TV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리모컨 없이도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라 트래는 디지털 수신방식인 Dvb-h 기술을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고, LG의 u900과 삼성의 stealht를 TV폰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휴대전화가 개봉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것은 관객을 빼앗아가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영화와 휴대전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못하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윈도·디스플레이어로 영화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이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안을 물색해야 한다. 그러나 개봉관에서 이미 4개월 이상 상영한 영화를 TV폰으로 옮기는 것은 괜찮다.” 지난해 말 배급사-제작사연합-영화인연합은 휴대전화 회사에 이같이 전달했다.
영화인들 중에는 ‘이동전화에 영화를 착취할 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이글픽쳐가 배급한 시드니 폴락의 <인터프리터>가 이동전화를 통해 상영되자 동시개봉 중이던 극장들이 이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는 강경대응을 한 바 있다. 이 사태는 이동전화 영화상영 중지로 결말지어졌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 무단복제, DVD 불법복제 등에 이어 이동전화로 영화 보기는 영화시장에 침체를 불러일으킬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 불씨가 앞으로 더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라 트래의 항해가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