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보다 피로연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 피로연보다 그곳에 누가 오느냐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 그들이 바로 <웨딩크래셔>의 진짜 주인공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피터 에이브러햄스와 로버트 L. 레버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피로연장을 찾았던 대학 시절 경험담을 떠올리며 <웨딩크래셔>를 기획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을 이혼 전문 변호사(결혼식을 좋아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라니!)로 바꾸고, ‘파티’와 ‘주접’에 좀더 적극적인 인물을 창조해냈다. 뻔뻔하지만 결코 밉진 않은 남자,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철들려면 아직 한참인 남자가 어느 황당한 결혼식에 참석해 뒤늦게 철도 들고, 사랑도 찾는다는 이야기. <웨딩크래셔>는 그렇게 탄생했다.
존(오언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는 올해도 마음껏 먹고 마시고, 운이 좋으면 ‘원 나이트 스탠드’도 할 수 있는 웨딩 시즌을 실컷 즐긴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재무장관 클리어리가의 결혼식 소식을 들은 둘은 만만의 준비 끝에 참석한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도 첫눈에 반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다음은 뻔하다. 정체가 탄로나고, 진심이 오해되고, 결국 이별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다 재회하기까지의 이야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주인공들이 진짜 사랑을 시작하면서 삐걱댄다. 정색하고 존과 클리어리가의 둘째 딸 클레어(레이첼 맥애덤스)의 사랑 이야기를 늘어놓는 후반부는 굳이 초반의 코미디를 기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루하다. 그리고 이는 극 초반에 보여준 코미디로서의 가능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면, 슬랩스틱에서 만담을 아우르는 최고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빈스 본과 오언 윌슨이 있어서다. 이야기가 느슨해질 때마다 등장해 웃음을 선사하는 이들의 콤비 플레이는 <웨딩크래셔>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한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관객을 압도하는 크리스토퍼 워컨과 존과 제레미의 선배인 채즈로 잠깐 등장했음에도 과장과 오버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윌 페렐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그래서 뻔한 로맨스로 바뀐 후반부가 더욱 아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