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뉴욕>을 읽으니 추억 속 뉴욕이 말을 걸었다. 첫 방문이었음에도 모든 게 낯익었던 도시 뉴욕. 시선을 들어 어딜 보아도, 영화 속에서 본 건물, 뒷골목, 사람들을 둘러싼 공기가 나를 사로잡았던.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이라는 부제가 달린 <안녕 뉴욕>은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인으로 살면서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풀어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영화들을 통해 수십, 수백번 보았던 메트로폴리탄의 사람살이를 오랜 친구의 수다처럼 들려준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골목골목이, 뉴욕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적 체험이 살갑게 다가온다.
<유령신부> 개봉을 앞두고 ‘팀 버튼과의 만남’ 행사에 참여한 일화나 클레어 데인즈, 에단 호크 같은 배우를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일상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짐을 싸 뉴욕으로 떠나고 싶어져 곤란할 지경이다. 만일 뉴욕행을 앞둔 당신이 <인 굿 컴퍼니>에 나온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려면 지하철 어느 노선을 타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시트콤 <프렌즈>에 나온 친구들의 아파트 위치가 궁금하다면 <안녕 뉴욕>은 당신에게 둘도 없는 여행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영화들을 본 감상을 읽으면 아마존을 뒤져 DVD를 구입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여행정보서에 그치지 않는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때로 죽음이나 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심상을 드러낸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일상에 녹아들고, 마침내 영화배우 이은주의 죽음으로 맺어지는 ‘늦겨울 그 중국집, 이은주를 떠올리다’를 읽으면 <안녕 뉴욕>이 비단 뉴욕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의 주요 시네마테크 위치와 홈페이지 정보, 뉴욕의 다양한 영화제 캘린더는 뉴욕에 갈 사람이라면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