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옆에 살던 무슈 아무개는 소음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궁리 끝에 자기집 그릇 몇개를 부수어 밤에 몰래 공사장에 파묻었다. 다음날 문화재 관리국에 신고했다. “어디 공사장에서 고대 토기가 발견된 것 같다”고. 출동한 관계자들이 땅을 파니 진짜로 토기 조각들이 나왔다. 공사는 즉각 중단됐다. 발굴단이 오네 검사를 하네 부산 떠는 며칠간 그는 꿀맛 같은 아침잠을 즐겼다. 한데 아뿔싸.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인 조각이 발견돼버렸다. 유물이 아니라 동네 할인매장에서 파는 싸구려 그릇 조각들인 게 밝혀지면서 공사는 재개됐고, 무슈 아무개는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 조각만 빼놨어도 공사장이 유적지가 아니라는 걸 ‘입증’할 때까지 계속 늦잠을 잘 수 있었을 텐데….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북한에 “슈퍼노트(100달러짜리 위폐)를 제조할수 있는 동판과 장비를 폐기했다는 확실하고 실제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북-미 접촉이 아니라 <오마이뉴스>와의 접촉에서다. 이 아저씨는 두달 전에도 “북한은 범죄정권”이라고 욕해 욕먹더니 이번엔 북한에 위폐 제조시설이 있다고 기정사실화해 북-미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재외공관 관리자들은 70년대부터 돈세탁이나 위폐 유통과 관련한 사고를 꾸준히 쳤다. 정권이 지시했는지 묵인·방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본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못 받는 가운데 저지른 ‘생계형 범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위폐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거치므로 북-중 합작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유통 경로를 추적한 결과 북한이 북한 돈 찍는 데서 가짜 달러를 찍으며 잉크와 인쇄기 같은 걸 들여갔다고 주장한다. 들여간 걸로 뭘 하는지 보지 않고 알 수 있나? 위폐를 그만 찍는다는 증거를 대라고 하기 전에 위폐를 찍었다는 증거부터 대야지. 그나저나 병사에게 ‘성관계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와 동성애자임을 입증하라’고 했던 군 간부들은 그럼 자기는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댔나? 아니아니, 그 병사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혹은 동성애자임을 믿지 못하겠다는 증거라도 갖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