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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메리칸 아이돌>의 무시무시한 시청률의 비밀은?
옥혜령(LA 통신원) 2006-02-23

미국적인, 너무도 미국적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들

다섯 번째 시즌을 시작한 <아메리칸 아이돌>의 반향이 시끄러워 눈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경쟁사들의 편성계획까지 좌지우지하는 폭스사의 이 황금 프로그램은 지난 1월, 350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수의 시청자가 지켜보며 시즌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파죽지세로 올 시즌 텔레비전을 일찌감치 장악했다.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메리칸 아이돌>의 혁혁한 승전고와 비화를 전하느라 바쁘다. 날고 기는 <C.I.S 과학수사대>도 제치고, 같은 편 <하우스>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로 동반 상승시켰다. 미국이 알파인 스키에서 금메달을 딴 동계올림픽 중계도, 팝계의 별들이 총출동한 그래미상 시상식도, ‘별되기’를 꿈꾸는 미국인들의 노래자랑대회를 이기지 못했다. <아메리칸 아이돌>보다 절반쯤 모자란 미국인들이 시청한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캘리 클락슨이 머라이어 캐리를 제치고 ‘베스트’ 2관왕에 등극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아메리칸 아이돌>의 진정한 승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맞춰 ‘아이돌 신드롬’에 빠질 수 없는 사건사고와 비화 역시 일찌감치 물꼬를 틀었다. 예선통과자의 범죄 경력이나, 벌써부터 우승이 점쳐지는 소녀의 가정 배경, 역대 우승자들의 활발한 할리우드 활동기 등은 소소한 가십거리. 지난해 폴라 압둘 스캔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독설가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이 미국적 ‘올바름’을 전혀 개의치 않고, 외모 폄훼, 성적 성체성 조롱 발언으로 비만인,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을 분노케 했다든지 하는 심각한 뉴스까지, 심심할 새가 없다. 왜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아이돌>에 열광하나.

<아메리칸 아이돌>의 인기 비결 분석에 나선 <LA타임스>는 이 프로그램이 일반인들도 자기 전시에 능하게 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버추얼 혁명’과 영웅이 빛바랜 시대에 유일한 ‘연예인 영웅 숭배’ 현상이 결합해 빚어내는 시대적 드라마라고 진단한다. 한편 지켜보건대, <아메리칸 아이돌>은 정말 ‘미국적으로’ 재밌다. 익숙한 ‘전국노래자랑’의 신종 리얼리티 쇼버전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음악은 일차적인 오락거리지만 또한 미국적 내러티브가 변주된 거대한 드라마의 일부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모티브는 두말할 나위 없는 이 드라마의 주제, 미디어가 좀체 담아내지 않는, 광활한 미국땅 구석구석에서 등장한 ‘꿈 많은 청년들’(이자 너무나 리얼한 미국인들)은 주요 출연자. 인종별, 성별 스테레오 타입과 개인사에 따라 적절하게 깔아주는 인생극장 뒷이야기(텍사스 출신 카우보이들로 엮은 ‘브로크노트 마운틴’은 올해의 최고 스토리), 무례한 영국(!) 심사위원 코웰의 독설에 때로 상처받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미국적 평등주의, 너와 나 ‘대중의 한표’로 정해지는 진실. 따지고 보면, ‘시골 처녀(총각) 할리우드 성공담’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미국의 대중 신화가 아닌가.

원형적 스토리는 생명력이 긴 법. 새로운 리얼리티 쇼 개발이 최대 이슈가 된 듯한 미국 방송계에서 ‘장기자랑대회’는 ‘메이크 오버쇼’와 더불어 팔리는 포맷으로 탄탄히 자리잡았다. 댄싱 콘테스트, 스타와 함께 스케이팅 콘테스트를 거쳐, 코웰이 준비 중인 스타와 함께 노래하기(스타끼리)까지 대기 중. 덩달아 <NBC>가 <아메리칸 아이돌>에 대적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미국판을 만든다니, 투표하는 미국인들 손길은 더욱 바빠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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