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스크린쿼터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16일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 최고와 한번 겨뤄보자는 의미”이며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FTA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실익이 확실치도 않은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는 것에 반대”하는 영화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어린아이는 보호하되 어른이 되면 다 독립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영화가 어느 수준인지 스스로 한번 판단해볼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의 73일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이후 대통령 면담 등을 요청해온 영화계쪽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 오기민 정책위원장은 “2004년부터 영화계는 문화관광부와 7차례 모임을 가졌고, 그 결과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1월에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지난 몇달 동안 한국영화가 갑자기 어른이 된 것이냐”고 반문한 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쟁을 통해서라도 관철시키는 최악의 상대인 미국과의 협상을 두고 세계 최고와 한번 겨뤄보자고 말하는 것은 유치하고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스크린쿼터에 관한 협상은 ‘NO’라고 잡아뗀 이상, 영화계로서는 투쟁의 수위를 넓히고 높여 정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영화인 대책위는 2월17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광장에서 농민, 노동자 등과 함께 한-미 FTA 협상 반대 및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갖고, 국회쪽과 긴밀히 연계해 영화진흥법상 모법에 현행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려했던 여론은 기대 이상의 반전을 보이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2월16일 밝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6%가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