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문잡지 <플레이빌>은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2년 넘게 작업해온 <아이다>의 프리미어를 앞두고 제작진한테 그 결말을 물었다. 해피엔딩을 고집하는 디즈니는 빅토르 위고의 고전 <노틀담의 꼽추>를 행복한 이야기로 바꾸었고, 고딕풍의 비극은 떠들썩한 소극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베르디가 1871년 완성한 오페라 <아이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사막에 생매장당하는 비극을 맞지만, 극에 유머를 더하고, 그들이 현생에서 다시 인연을 맺으리라 암시한다. 디즈니의 첫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인 <아이다>는 듣기에 편한 노래와 감초 캐릭터, 화려한 무대를 지닌, 매우 디즈니다운 뮤지컬이다.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라는 엘튼 존의 경구처럼, <아이다>는 한 나라의 운명을 짊어졌지만 사랑이 더 절박했던 세 남녀의 이야기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는 이집트와 누비아 접경지역인 나일강 유역에서 누비아 처녀들을 노예로 붙잡는다. 그들 중에는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있다. 그녀의 신분을 모르는 라다메스는 야성적이고 솔직한 아이다에게 끌리고, 그녀를 구리광산으로 보내는 대신 약혼녀인 암네리스 공주의 시녀로 삼는다. 라다메스는 그를 파라오로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야욕 때문에 애정은 있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암네리스와 일주일 안에 결혼해야만 한다.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처지이지만 사랑에 빠지고 마는 라다메스와 아이다. 그러나 아이다는 아버지인 누비아 국왕이 이집트 군대에 생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수용소에 갇힌 누비아 백성들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디즈니 공연부문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던 파트너다. 록과 발라드가 주를 이루는 <아이다>의 노래는 <에비타> <미녀와 야수>의 작사가였던 팀 라이스의 대중성과 서정에 힘입어 편안하면서도 절절한 호소력을 획득한다. 배경이 아프리카인 탓에 민속음악의 분위기도 더했고, 누비아 노예들이 조국애를 노래하는 <The Gods Love Nubia>는 어느 정도의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원전에 얽매이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디즈니 특유의 분위기는 오페라가 힘을 잃은 현대 미국에서 유일한 <아이다>처럼 여겨질 만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아이다>가 가장 장점으로 내세울 만한 요소는 춤과 무대일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태양신 호루스의 눈동자 문양은 이미 잘 알려진 <아이다>의 상징이 되었고, 소박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장면까지 신경 쓴 무대장치는, 이집트와 나일의 풍경과 문화를 한장의 예쁜 엽서처럼 응축해 보여준다. 그림자 애니메이션처럼 처리된 강변의 처녀들, 라다메스의 아버지를 호위하는 무사들의 군무, 시대를 앞서는 의상으로 신비한 공주의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하는 암네리스의 런어웨이 무대, 붉은 노을을 받은 이집트 군선. 색채와 자본을 아낌없이 사용한 듯한 <아이다>는 그처럼 눈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뮤지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