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라는 제목은 별로지만, 즐겨보고 있다. 정규 뉴스 프로그램의 말미에 해외화제나 소식이라는 형태로 전해주는 짧은 흥밋거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히 들려주는 <W>는 꽤 유익하다. 심층 다큐멘터리가 좋은 점도 많지만, 잡지처럼 잡다한 소식을 이리저리 보여주는 것도 좋다. 신기하거나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만 찾아가는 ‘기행’은, 재미있지만 좀 나른하다. 진기한 구경 이상으로 보고 싶은 건, 세계인의 일상이다. 한국인이 아닌, 이 지구 위에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W>를 자주 보게 된다.
지난주(1월13일)에는 사파티스타의 근황과 일본의 새로운 노숙자 정책을 봤다. 심층 프로가 아닌 탓에, 아주 구체적인 실상이나 정확한 해결책 같은 것을 찾기는 힘들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해외의 여러 사정을 하루 종일 보여주는 케이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지금 베이징 사람들은 무엇이 가장 화제인지, 지금 암스테르담의 사람들은 무엇이 고민거리인지, 케이프타운 사람들은 무엇에 즐거워하고 있는지를, 그냥 보고 싶다. 그걸 본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거나 깨달음을 주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냥 알고 싶다. 한반도 이외의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마 본질은 똑같을 것이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해서,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삶의 본질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양태는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을 것이고, 때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엇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 역시 존재하고. 그런 걸 굳이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답답하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의 하나다. 민족주의가 지고의 가치인 곳이다. 나는 그것이 싫다. 나는 한국이 더욱더 세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말하는 세계화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우리는 한국이 결코 세계의 중심이 아니고, 한국인이 최고의 민족이 아님을 배워야 한다. 민족에는 최고와 최하가 없고, 세계의 중심이란 것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지만, 결국 모든 민족과 국가는 평등해야 한다. 실질적인 힘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본질만은 동일한 것이다.
<W>를 본다고 해서 그런 생각이 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방송국에서,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의 일부, 자연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말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굳이 해결책이나 미래까지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가치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도록. 조국과 민족만이 아니라, 다른 세계 역시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