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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의 글래디에이터들, <롤러볼>

EBS 2월18일(토) 밤 11시30분

SF 장르에 있어 중요한 걸작 중 하나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일 것이다. 이전까지 SF 장르에는 몇 가지 대립구도가 즐겨 등장하곤 했다. 예컨대 외계인에 맞서는 지구인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맞선 인간 등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이 구도를 새롭게 바꿨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선 우주선에 탑재된 컴퓨터가 인간에 반란을 일으키며 비행사들에게 맞서는 것이다. 이후 미래사회와 테크놀로지의 비인간적 속성을 담은 SF영화들이 다수 제작되었는데 <롤러볼> 역시 비슷한 예다.

서기 2018년, 특이한 형태의 실내 운동장이 등장한다. 신종 스포츠 롤러볼은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선수들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은색 볼을 낚아채 골을 넣는 경기. 아이스하키와 롤러스케이트가 합쳐진 것 같은 이 경기는 거친 스타일로 관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이 미래사회는 거대한 기업이 지배하면서 가난과 전쟁은 사라졌지만, 인간의 자유 또한 사라진 상태다. 게임의 인기 스타 조나단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소속팀을 연전연승으로 이끌지만 기업으로부터 은퇴를 권유받는다.

<롤러볼>은 2002년 존 맥티어넌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빼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일 것이다. 철로 된 공을 다루며 빠른 속도로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모터사이클을 타는 선수들, 그리고 가시가 돋친 장갑을 끼고 상대 선수를 공격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렇듯 거칠기 짝이 없는 스포츠 장면들은 <롤러볼>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영화에서 주인공 조나단은 뛰어난 플레이를 보이는데 소속팀에선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본다. 그의 개인 플레이가 팀워크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선수들의 몸싸움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롤러볼 게임장은 차츰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수들은 살인을 서슴지 않는 단계까지 달려간다. 요컨대 영화 속 미래사회는 전쟁이나 기아 등은 사라졌지만 폭력에 대한 무의식적 본능까진 지우지 못한 것으로 묘사된다.

<롤러볼>에서 조나단은 삭막한 세계를 조종하는 중앙컴퓨터에 의문을 갖고 컴퓨터를 찾아나선다. 이는 조지 오웰의 <1984> 등에서 묘사된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적 측면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에겐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와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 등으로 알려진 노먼 주이슨 감독은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뮤지컬과 액션영화뿐 아니라 멜로드라마에서도 많은 수작을 만들었던 그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롤러볼>과 마찬가지로, 존 맥티어넌 감독에 의해 1999년에 리메이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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