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방콕국제영화제가 2월17일부터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거래 계약이 이뤄질 수 있는 5일간의 인더스트리 마켓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시작된 홍콩이나 대만에서의 유사한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방콕 마켓도 지역 영화산업을 재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이 모델로 삼는 것은 한국영화 부상의 핵심 요소로 여겨지는 부산국제영화제다. 그러나 올해 부산 행사는 아시안필름마켓이라고 야심차게 이름 붙여진 이벤트에 판돈을 올리고 있다. 이 이벤트는 곧바로 다른 아시아 인더스트리 행사들을 무색하게 하면서 베를린과 샌타모니카에서 열리는 세계적 수준의 유러피안필름마켓(EFM)과 아메리칸필름마켓(AFM)과 동일한 리그에 속해 있음을 전시했다는 점에서 야심 차다 하겠다.
불과 8개월 뒤에 이런 강력한 경쟁 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방콕은 국제영화제 행사 달력에 스스로의 중요성을 확립하면서 주목받는 타이영화들이 예측하기 힘든 베를린, 칸, 베니스영화제 외의 자국 터전에서 런칭 이벤트를 보증받을 수 있게 할 마지막 기회다. 안타깝게도 지구 반대편에서 영화제와 마켓을 운영하는 타이과 미국의 조직위원들에게 아무도 경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방콕의 제일 큰 실수는 베를린영화제의 견본시(European Film Market)와 겹치도록 일정을 당기면서, 상대적으로 더 성공적인 3월의 홍콩 필름마트와는 불과 한달간의 차이를 둔 데 있다. 대부분의 구매사, 세일즈사, 언론사들은 같은 지역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홍콩 마켓이 금방 열릴 상황에서 또 한 주간의 출장을 늘릴 적절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 것이다. 타이영화를 국제적으로 가장 잘 홍보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일을 떠올리게 하면서 타이영화연맹은 방콕영화제에 대한 업계의 대대적인 보이콧을 요청했다. 이유는 영화제에 기금을 마련하고 공동조직하고 있는 타이관광협회가 영화마켓, 프로그래밍, 그리고 홍보활동 기획에 연맹과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제쪽은 공개적으로 어떤 논평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개의 제작사가 보이콧을 무시하고 영화를 출품하면서 연맹을 탈퇴했다. 영화제 홍보팀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돌리면서, 영화제의 모든 섹션에 질 높은 타이영화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해마다 개최한 ‘타이 파노라마’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2005년의 타이 영화산업이 이토록 빈약한 한해가 아니었더라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 됐겠지만, 차라리 묻어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한해였다.
타이영화가 국제적으로 가파르게 부상한 것은 작품 자체의 질도 있지만, 타이영화를 다루는 해외 세일즈사들이 선동한 소문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단기 이득은 장기 성장의 손실을 가져온다. 구매자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타이 영화업계는, 자국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국제시장에서 ‘되는 영화’가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는 한국 제작사와 세일즈사들이 지닌 경력이 부족하다.
베를린, 칸, 베니스영화제는 박찬욱, 임상수, 봉준호를 비롯해 훌륭한 감독들의 주요한 영화들을 간과한 역사가 있다. 그렇지만 이 큰 세 영화제 밖에서도 한국영화와 감독들은 여전히 지지를 받을 것이다. 부산, 부천, 전주 같은 곳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며, 그 밖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더라도 DVD에 자막을 입힌 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토대가 부족한 타이 영화인들에게 그런 보장은 없다.
The fourth edition of the Bangkok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starts on 17 February. It includes a five-day film industry market where new projects can be announced and business deals signed. Like similar events in Hong Kong and Taiwan that have been launched in recent years, it's backed by government money with the aim of revitalizing the local film industry.
The model is the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seen as a key component in the rise of Korean cinema. But the south-coast event is raising the stakes this year with the ambitiously titled Asian Film Market. Ambitious because it immediately announces itself in the same league as the world-class European Film Market and American Film Market held in Berlin and Santa Monica, at the same time overshadowing other Asian industry events.
With such strong competition just eight months away, this is Bangkok's last chance to establish it's importance in the calendar year, assuring that high-profile Thai films have a guaranteed launch event on home turf outside the unpredictable Berlin, Cannes and Venice festivals. Unfortunately, nobody seems to have warned the Thai and American organizers who run the festival and market from opposite sides of the globe.
Bangkok's major blunder was to move its dates forward to overlap with Berlin's European Film Market, leaving just a one-month gap before the more successful Hong Kong FilMart in March. Few buyers, sellers or press can justify another week away from their desks when there is a more established regional film market just around the corner. Many of the people who can best promote Thai film internationally won't be able to attend.
Recalling events during last year's Puch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the Thai Film Federation called for an industry-wide boycott of the festival last month. The reasons stated is that the Tourism Association of Thailand, who fund and co-organize the festival, had failed to cooperate with them on planning of the film market, the programming and promotional activities. The festival has decided not to comment publicly.
Three production companies have chosen to ignore the boycott, submit their films and resign from the Federation. The festival's press office has put a positive spin on the situation, noting that since there are quality local films in all sections of the festival there is no need for the annual Thai Panorama. The situation would be more regrettable if 2005 wasn't such a poor year for Thai cinema, one perhaps best swept under the carpet.
The rapid rise of Thai cinema internationally owes as much to the buzz created by foreign sales companies that handled the films as to the quality of the product itself. This short-term gain came at the expense of long-term growth. Distanced from their buyers, the film industry lacks the experience of Korean producers and sales companies in determining what works in the international market in order to grow their industry.
Berlin, Cannes and Venice have a history of overlooking key films from great directors, including Park Chan-wook, Im Sang-soo and Bong Joon-ho. But outside of the big three festivals, Korean films and directors will still be championed. They'll be discovered at Pusan, Puchon, Jeonju or on subtitled DVD, if no where else. Lacking such an infrastructure, there is no such assurance for Thai filmma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