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장협회가 외화 부율 조정을 위해 팔소매를 걷었다. 물론 극장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방향이다. 서울극장협회는 2월8일 주요 배급사 및 직배사에 돌린 공문을 통해 수입사 60%, 극장이 40%의 수입을 나누는 외화의 현행 부율을 5:5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서울시극장협회는 미리 1월25일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서울시극장협회 최백순 이사는 “서울만 유독 6:4이고, 지방은 오랫동안 외화도 한국영화처럼 5:5였다. 현재 동시개봉 체제에서 서울과 지방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극장협회는 외화 수익을 극장이 더 가져야 하는 주된 근거로 극장의 수익성 악화라는 내부 이유를 내세웠다.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쪽은 직배사들이다. 이들은 이 사실을 본사에 보고한 뒤 대책을 강구 중이다.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코리아 김상일 대표는 “비즈니스는 갑과 을 상호간의 관계다. 이러한 일방적 주장은 상식밖의 행동이다. 극장은 이익만 더 챙기고 영화산업에는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겠다는 이기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최근 부율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자, 스크린쿼터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노려 한국영화 제작 주체보다 약한 직배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영화 부율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한국영화구조합리화추진위원회 최완 아이엠픽처스 대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담합 여부에 의해 공정거래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극장협회의 이번 행보는 한국영화 부율 개선 요구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쿼터 때문에 정신없는 상황에서 서울극장협회가 외화 부율을 문제삼으면 성패와 상관없이 직배사는 곤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한국영화 부율 개선 논의도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시극장협회 최 이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 초반 “이번 제안은 한국영화 부율 개선과는 절대 무관하다”고 못 박았지만 인터뷰 말미에는 “사실 제작사측의 이제까지의 요구사항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현 상황에서 한국영화 부율 개선은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다. 외화를 통한 ‘부율 하향평준화’라는 서울시극장협회의 이기적인 요구를 배급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