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지만 낙천적이고, 예민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늙은 개가 있다면 어떨까. 지은이에 따르면 개는 나이가 들수록 영리해져서 사람에게 수다를 떠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작가가 늙은 개 ‘올드독’ 행세를 하며 전하는 세상사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일단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엘리제를 위하여>가 음식점에서 점원 부를 때와 트럭 후진할 때, 동네 쓰레기차 올 때 쓰인다는 소식을 베토벤 아저씨에게 전하는 장면, <영웅본색>에서 ‘윤발 형님’이 군데군데 화분 속에 총을 숨기듯 앞으로 있을 보고 싶은 공연표를 미리 예매해 미래를 대비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블로그에 연재한 글답게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곧장 휘발된다. 그래도 이런 따뜻하고 웃기는 강아지는 알고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