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Inside DVD
[해외 타이틀] 정치적 발언의 수단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이교동 2006-02-10

<돼지의 해>

<포인트 오브 오더!>

에밀 드 안토니오란 낯선 이름의 다큐멘터리 작가는 미국 좌파 지성사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부유층 출신으로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그가 부두노동자 등의 노동자 이력을 거쳐 60년대 중반, 거세게 몰아치는 서구 지성사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진 다큐멘터리는 당시의 급박했던 시대 상황과 지성의 흐름을 증언하는 정치·사회적 유산으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1964년 발표된 첫 작품 <포인트 오브 오더!>는 매카시즘의 절정기에 벌어졌던 상원의원 매카시와 미 육군성간의 미 육군 내 공산주의자 색출에 관한 청문회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매카시 자신이 키워낸 매카시즘이란 공룡 앞에 스스로 자멸해가는 과정이 미국 전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텔레비전 자료를 재편집하여 하나의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완성해낸 <포인트 오브 오더!>는 매카시즘의 진실과 그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했던 인물들의 추악함을 까발리는 생생한 기록이다. 더구나 형식 면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실제 촬영이 아닌 기존 영상 자료의 효과적 편집을 통해서도 작가가 원하는 시선과 주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남기기도 했는데, 이는 시대를 앞서간 베트남전에 대한 탁월한 다큐멘터리 <돼지의 해>로 연결된다.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최고조에 달한 1968년에 발표된 <돼지의 해>는 베트남전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미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놀아나고 있을 무렵, 전쟁의 기원과 전개를 베트남의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당시의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베트남전의 더러운 이면을 만천하에 드러낸 작품이다. 동시에 전쟁의 감상적 측면이나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통상의 전쟁 다큐멘터리와 달리 정확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정치적 발언 수단으로서의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작품인데, 보고 있자면 행여 그의 정치적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열정과 방법론에 대해선 수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걸작이다.

두 작품의 DVD로서의 질은 보잘것없지만 출시만으로도 DVD라는 매체가 영상기록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생전의 드 안토니오의 음성을 편집하여 음성해설로 삽입한 것은 작품 자체의 역사·정치적 의미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기획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쯤해서 드 안토니오가 촬영감독 하스켈 웩슬러와 공동 제작한 70년대 급진적 학생그룹에 대한 용감한 다큐멘터리 <언더그라운드>의 DVD 출시도 기대해봄직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