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몇 개월 만에 단편영화 DVD가 도착했다. 이제는 매번 이런 식이다. 연전에 모음집 형태의 단편영화 DVD가 의욕적으로 기획됐으나 판매 부진으로 더이상 출시를 잇지 못했다. 이후 단편영화는 DVD로 접하기 힘든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단편영화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몇몇 영화제에 한정되어 있고, 독립영화 배급사에서 발간한 책자를 제외하면 한국 단편영화의 목록과 역사를 일견할 수 있는 자료 또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DVD는 단편영화의 대중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편영화 DVD의 제작은 영화제나 유관 기관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에만 가능해졌고, 그렇게 만들어진 DVD는 유통 단계에서 또 한번 난관에 봉착한다. 예술영화와 함께 단편영화의 홈비디오도 그 생명선을 걱정해야 할 지점에 서 있다.
부산영화제가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DVD는 와이드 앵글 부문에서 상영돼 선재펀드를 수상한 작품의 모음집이다. 장편영화 데뷔에 이른 유명 감독과 낯선 이름이 섞인 작품 리스트는 다양함과 차이로 눈길을 모은다. <눈물> <1979년 10월 28일 일요일 맑음> <바르도> <샴, 하드 로맨스> <호흡법, 제2장> <춘희> <금붕어> <단속평형> 등의 작품 사이로 어느 여름의 기억을 담은 박찬옥의 <느린 여름>(사진)이 돋보인다. 추운 겨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DVD의 만듦새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노랗고 예쁜 재킷마냥 따스한 느낌만을 말하면 되지 싶다. 인디스토리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