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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수출만이 살길이야?
김소희(시민) 2006-02-10

한덕수 부총리가 국산영화 의무상영 일수(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팍 줄이겠다고 한 것은 설 연휴 전인 1월26일이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일은 일주일 뒤인 2월3일 새벽이다. 협상 때 밀고 당길 내용이 미리 정해져 공식 발표되는 통에 많은 이들이 완전 ‘앞통수 맞은’ 기분이다. 이런 결정이 1년 전부터 두 나라간에 합의돼 있었다는데, 문화관광부는 부총리 발표 직전까지 ‘결론난 게 없다’고만 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절차부터가 영 ‘거시기’하다.

자국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쓰는 게 ‘협상의 정석’인데 우리는 당최 그걸 모르나? 아니면 미국과 잘 지내야 먹고살 길이 열린다는 믿음에 계속 절어 있는 걸까? 미국과 FTA 안 맺은 나라는 다 굶어 죽었나? 세금 내는 나의 이해를 대변해줄 집단이 없다는 게 억울하다. 미국은 의회가 권한을 쥐고 행정부가 손발이 돼 협상을 하지만 우리 국회는 행정부가 다 해놓으면 동의여부만 정한다(그나마도 ‘세계 속의 신뢰’를 위해 결국 ‘찬성 거수기’ 노릇만 한다).

미국영화보다 한국영화가 훨씬 재미있어서 주로 한국영화를 돈내고 보기 때문인지, 스크린쿼터에 대해서는 특별한 ‘실감’이 없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이 2007년 3월까지 마무리되고 이듬해부터 적용된다면? 2만여개의 상품과 서비스가 무역장벽 없이 태평양을 넘나든다는 건데, 그 물량과 속도감이 무섭다. 통상론자들은 한-미간 수입·수출이 늘면 국내총생산(GDP)도 느는 데다 우리가 잘만 하면 거대 미국시장에서 활개치고 그 밑천으로 세계시장도 주름잡을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기업경영·노사관계·규제문제를 해결해 전투적으로 쑥쑥 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익이라면 택시기사부터 검찰, 과학자까지 본업을 망각하는 나라에서 얼마나 더 경쟁력 전선에 내몰려야 하나. 그냥 자유무역 안 하면 안 되나? 좀 못살고 세금 더 내면 안 해도 된다는데. 나는 정말 잘 먹고 싶지만 꼭 잘살고 싶지는 않다. 좀 처지더라도 대충 살길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