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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산 상업영화, <게이샤의 추억>

1997년 아서 골든의 동명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스티븐 스필버그는 몸소 나서서 판권을 구입했다. 서양 사람들에게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지는 게이샤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빠져든 것은 이 독특한 소설에 담긴 단 하나의 이야기 때문이다. ‘강렬한 (혹은 금지된) 러브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영화 보기에 앞서 <게이샤의 추억>이 게이샤를 소재로 하는(게이샤의 삶을 재현하고, 역사를 탐구하는 식의) ‘일본’영화라는 오해는 거두는 편이 좋을 듯하다. 중국인이 일본인 연기를 하면서 영어로 대사하는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게이샤의 추억>이 영어권 팬들을 위해 나아가 전세계 영화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할리우드산 상업영화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야기는 신비로운 푸른 회색빛 눈동자의 소녀 치요(장쯔이)가 가난 때문에 언니와 함께 교토로 팔려가 하츠모모(공리)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고생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오키야(게이샤들이 모여 사는 집)에서 도망치려다 어머니(오키야의 가장 큰어른)에게 걸려 게이샤 학교까지 못 가게 된 치요. 세상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듯한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 앞에 회장(와타나베 겐)이 나타나며 이야기는 급진전을 맞는다. 치요가 자신에게 친절한 유일한 사람인 회장을 사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치요의 애정은 그에게 게이샤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견뎌내게 하는 힘을 준다. 게이샤가 되면서 이름을 사유리로 바꾼 치요는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받지만 회장에 대한 마음 때문에 모두의 사랑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게이샤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가질 수 있어도 사랑만큼은 선택할 수 없는 존재란 것을.

게이샤에 대한 오해

때때로 그들은 ‘몸을 파는 여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게이샤는 ‘예자(藝者, 일본어로 읽으면 ‘게이샤’가 된다)’라는 단어의 뜻처럼 춤, 음악, 미술, 서예, 화술 등 예술에 능한 예능인에 가까운 개념이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들은 돈을 받고 성적인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고위층 남성들이 모이는 사교장소에서 갈고 닦은 능력을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였다.

립스틱 카메라(Lipstick Camera)

촬영 전에 모든 카메라의 앵글과 움직임을 미리 체크할 수 있게 고안된 장치. 제작진은 거대한 세트를 짓기 전에 미니어처를 만들어 이 장치로 촬영해 완성될 화면의 느낌을 미리 살펴보았다. 3만평 부지에 40개에 달하는 거대한 건축물을 세워야 하는 제작진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했던 장비였다고.

실크 라이팅 조명

주요 촬영지인 교토 지역 특유의 평온한 햇살의 느낌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오고 싶었던 조명감독 스캇 로빈슨은 2500평에 달하는 하늘을 실크로 가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름하여 실크 라이팅 조명. 부드러운 천을 통해 비춰진 빛은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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