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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결혼합시다> 건강한 여성주의 시각과 결혼관 돋보여
윤영미 2006-01-20

문화방송 주말 드라마 <결혼합시다>(극본 예랑, 연출 최이섭)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건강한 여성주의적 시각과 결혼관으로 시청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29회 방송에서 주인공 나영(강성연 분)은 그동안 참아 오던 시집살이의 문제점에 대해 처음으로 남편 재준(윤다훈 분)과 시누이 석순(추상미 분)에게 반기를 들었다. 직장에서 야근을 하고서도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하는 등 그동안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묵묵히 견뎌온 나영이, 일방적인 가사노동 전가에 대해 시누이와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

아침에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선 나영은 석순이 새벽에 먹은 라면 그릇과 반찬 그릇이 그대로 놓여 있자 석순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한다(나영은 석순과 친구 사이였음). 석순은 엄마가 치울거니까 놔두라고 하지만, 나영은 “딸인 네가 안치우면 며느리인 내가 해야 된다”고 차분하게 설명한다. 나영은 또 전날 세탁기 돌리는 것을 깜빡 잊는 바람에 아침에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 나영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재준에게도 “왜 여자만 빨래를 챙겨야 하느냐” “집안 일은 직장 다니는 아내랑 남편이 당연히 같이 해야 하는거야”라고 소리를 높인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의사인 둘째아들 재준이 ‘속물적’인 결혼관을 가진 어머니에게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도 나왔다. 재준이 나영·석순의 직장 후배인 은선과 결혼하겠다고 밝히자, 재준의 어머니는 은선이 이혼한 어머니와 사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의사인 재준의 배필로 맞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재준은 “그럼 형수(나영)는 아무리 형이 좋은 사람이라도 가진 것도 없는 우리집에 어떻게 시집을 왔느냐”고 따진다.

주부 서승혜씨는 “그동안 나영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답답한 적이 많았는데 지난번 방송 때는 속이 후련했다”며, “앞으로도 나영이 참지만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 신지희씨는 “의사 직업을 가진 총각은 당연히 부잣집에, 배경 좋은 집안의 딸과 결혼해야 한다는 속물적인 결혼관을 비판하는 작가의 시각이 아주 건강했다”고 평가했다.

작가 예랑씨는 “많은 기혼여성들이 일과 가정생활 모두를 잘 하려고 하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이 둘을 다 잘 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자신을 지켜가야 하는 며느리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인 여자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을 택하든 가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 서로 애정을 갖고 도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예랑 작가는 드라마 <마지막 전쟁> <천생연분> <맹가네 전성시대> 등의 극본을 집필하며 호주제 폐지 등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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