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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을 위한 아동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디즈니의 야심작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꽤나 긴 제목인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무거운 책임을 진 시리즈의 첫 영화임이 느껴진다. 단지 영화 티켓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아예 미래의 가능성있는 시리즈에 투자를 하게 만드니까. 회사를 회생시키려고 월트 디즈니 엔터프라이즈는 화려한 이념적 역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토록 회사를 괴롭혔던 <슈렉>의 감독, 앤드루 애덤슨을 고용했다. 여러 번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에게 극악한 쥐 숭배와 사악한 세속적 휴머니즘이라고 공격받았던 디즈니가 C. S. 루이스의 일곱권짜리 기독교 우화의 영화화에 착수했다. 부시의 지지자이자 보수적 엔터테인먼트를 부르짖는 미디어계의 거물이자 억만장자인 필립 앤슈츠가 발표된 1억8천만달러의 비용 중 일정분을 출자했다.

어린이들의 사랑받은 기독교 우화

앤슈츠도 맥주 정도까진 (그 맥주가 쿠어스이기만 하면) 마실 수 있나보다(앤슈츠는 맥주회사 쿠어스의 소유자인 피터 쿠어스의 선거자금 지원자였다.-역주). 활기차고 매력적이며 놀랍게 대단원을 위해 내내 잘 억제된 첫 나니아 연대기 영화는 <해리 포터>의 악마적 서브텍스트와 <반지의 제왕>에 들어 있는 바그너식 우주론을 피해가고 있다. 물론 가족적 가치보다 그 이야기의 전개라는 면에서 할리우드가 만들 수 있는 성인들을 위한 아동영화가 아닐까(톨킨과 루이스를 침대에서 소리내어 읽었던 나로선 루이스의 이야기가 훨씬 뛰어나다는 점을 증언할 수 있다).

그럼 얼마나 기독교적인가? 어린 이교도로서 나니아의 땅을 방문했던 나에게 루이스의 신학은 약간의 강요에 불과했다(짐 호버먼은 유대인이다.-역주). 어린 루시의 믿음이 지니는 신학적 의미를 놓쳤던 어린 나에게조차 아슬란은 털이 성성한 무시무시한 예수였다(아마 다 이해했을지도 모르는 게 홀딱 반해서 내 첫 번째이자 마지막 팬 편지를 루이스에게 썼을 정도다). 하지만 <슈렉>을 보고 자란 요즘 애들에겐 부드럽게 처리된 폭력보다 대중문화에 대한 언급이 부재하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시대적 도용도 있다. 반인반양 툼누스는 매튜 바니 스타일의 염소 소년에게 “선제공격”을 받고 있고 “아슬란이 온다”라는 암호는 대통령의 슬로건인 “자유가 행진하고 있다”라는 문구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선제공격론은 부시 외교 독트린의 근간이고 “자유가 행진하고 있다”라는 슬로건은 부시 대통령이 2004 년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사용한 문구이다. 매튜 바니는 현대 미술가로 온갖 성적, 신화적 분장이 가득한 영상물, <크리매스터> 시리즈로 유명하다.-역주).

기독교 신앙 그 자체는 <700클럽> 재료로 나오기에 너무 뉴에이지일지 모른다(<700클럽>은 미국 CBN(Christian Broadcasting Network)의 뉴스 토크 쇼.-역주). 차라리 사자 따위가 오히려 더 강력한 교육적 이야기로 사용될 수 있을 테지. 툼누스 복음도 괜찮을 테고 아슬란의 고통 또한 멜 깁슨이 유대인들을 격노케 했던 가학·피가학의 광상곡보다 약해야 할 테지. 하여간 사자의 너무도 뻔한 교훈을 위한 이야기 속의 아이들 중심적인 가족적 역학은 부드러운 아버지, 아슬란과 제약하는 어머니 제이디스간의 우주적 이혼 서약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를 “사랑”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연기 면에서야 컴퓨터로 뽑아내고 리암 니슨이 말을 입힌 라이온 킹이 메소드 연기의 틸다 스윈튼에 비교될 수는 없지. 스윈튼은 아마 저체온의 감각 경험이 있는 듯싶다. 아역배우들과 인형들,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들을 상대로 저렇게 차갑게 즐거워하고 냉정하게 화내며 싸늘한 분노를 낼 수 있는 스윈튼은 나니아 말로 표현해서 진정한 이브의 딸이다. 무서운 역에 대단한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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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담형 | 2005. 12. 6.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