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방외무과 특별수사요원 람(양조위)은 위조지폐 제작용 동판을 훔치기 위해 범죄조직 건물에 잠입했다가 도둑 JJ(서기)를 만난다. JJ는 람과 경비요원들이 다투는 동안 동판을 가로채려 하지만, 람의 계책에 넘어가고 만다. 그러나 람도 곧바로 함정에 빠진다. 동판을 받고 현상금을 건네주기로 했던 미국 대사관 직원 오웬(임현제)이 그를 속인 채 사라진 것이다. 람은 오웬이 거래하리라고 짐작되는 중국 위조지폐 조직의 보스 북극곰을 쫓아 한국으로 건너오고, 오웬의 흔적을 찾아낸다.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서울공략>은 마초성이 2000년 만들었던 <동경공략>의 속편이다. 가끔 실수도 하지만 대체로 영리한 주인공과 애써 복잡하게 얽어보려고 한 듯한 드라마, 거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이 시리즈의 특징일 것이다. <서울공략> 또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곳곳에 액션을 박아넣은 영화다.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한국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경비행기가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 낯익은 서울 뒷골목과 사우나에 자리잡은 아시아 스타들은, 최소한 한국 관객에겐, 한번쯤 궁금해지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양조위가 서울에서 뛰고 있다니! 문득 반가워진다.

그러나 그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서울공략>은 능숙한 몸싸움이나 돈들인 액션을 제외한다면 지나치게 성의가 없거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성의가 묻혀질 만큼, 재능이 없는 영화다.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오웬의 정체가 무엇인지, 오웬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지, 반전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뻔하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라면 북극곰의 정체 정도이지만 <서울공략>은 너무 서두른 나머지 영화 내내 찾았던 북극곰을 대사 몇 마디로 때우고 넘어가버린다. 게다가 앞뒤도 맞지 않는다. 보스가 적의 소굴 한복판으로 혼자 뛰어드는데, 그 적의 부하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고, “밖에서 기다릴게요”라고 말하는 조직원은 대체 누가 뽑은 걸까? 홍콩 액션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유머가 가끔 결점을 메워주기도 하지만, <서울공략>은 지나치게 허술한 성벽을 어찌하지 못한다. 성벽이 아무리 높다 해도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른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