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0월, 이감 호송 중이던 한 무리의 죄수가 탈주하여 서울로 잠입해 들어온 사건이 있었다. 8박 9일 동안 은신처를 옮겨 다니던 그들은 끝내 경찰과 대치하여 인질극을 벌이다 일부는 자살하고, 일부는 사살되었다. 영화 <홀리데이>는 지강헌 사건이라고 불리던 그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절도잡범으로 살고 있는 지강혁(이성재). 어느 날 그의 판자촌 마을에 용역깡패들이 몰려든다. 거기에는 권력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인 김안석(최민수)도 있다. 강혁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 주환(설성미)은 안석의 총에 맞아 죽고, 강혁은 교도소에 갇힌다. 강혁과 안석의 운명은 안석이 교도소 부소장으로 오면서 다시 시작된다. 안석을 죽이려는 강혁과 강혁을 괴롭히는 안석. 그러던 중 강혁은 탈주를 결심하고 실행한다. 같은 감방 동료 장경(장세진), 대철(이얼),민석(여현수),광팔(동현),상호(문영동),덕만(이봉규)등이 합세한다. 그러나 덕만은 교도소로 돌아가고, 무리에서 이탈한 대철과 민석은 경찰에 둘러싸여 죽어버리고, 강혁과 장경, 상호, 민석만이 도피를 계속한다. 교도소 부소장 안석은 이들을 잡기 위해 마지막까지 쫓아온다.
<홀리데이>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사실 근거들을 큰 뼈대로 한다. 거기에 영화가 말하고 싶은 사항들을 녹여 넣는다. 그 중에서도 국가의 폭력적인 행사를 비판하거나, 악법에 대한 호소가 특히 많다. 인물 중에는 안석이 대표적이다. 안석은 강혁과의 대척점에 있으며, 영화가 “공권력”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징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긴박한 탈주의 서스펜스를 지향하기 보다는 탈주범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선 굵게 강조하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초코파이나 실컷 먹고 죽고 싶다는 상호, 애 한번 낳아보기 위해 탈주한거라고 슬퍼하는 장경,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는 강혁등, 그들은 위험한 범죄자라기보다는 서럽고 힘없는 자들의 표상이다. 그러나 인물들 간의 관계 짓기, 즉 안석과 강혁의 대립이나 강혁과 대철의 동료애등은 과잉으로 넘쳐나서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은 거친 남성 멜로드라마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그 과잉들이 영화의 또 다른 노력, 사회의 조건을 지적해보겠다는 그 시도를 탈색시키고 있다. <홀리데이>는 어느 탈주범들에 관한 선 굵은 드라마일수는 있으나, 실제와 허구를 정밀하게 교합시킨 영화는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