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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
씨네21 취재팀 2006-01-16

왕가위의 <중경삼림>의 실연한 경찰 양조위는 비누나 수건 등에게 말을 건다. 다정도 병이라고 하니, 외로움이 병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걸까.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로움의 도가 지나치’게 느껴지던 어느 날, 좁은 옥탑방에 자기 이외의 또 다른 생명체, 즉 바퀴벌레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와의 동거. 주인공은 바퀴벌레의 온기에 잠시 외로움을 잊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인간과 곤충의 동거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친구도 사실은 교미하기 위해 나온 여왕개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경섭의 이 장편은 10년 전 웹진 <화끈>에서 연재를 시작했지만, 연재를 시작한 지 3회 만에 웹진이 문을 닫으면서 무려 10년 만에 겨우 책으로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냉소적이지만 유머가 느껴지는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후반으로 갈 수록 무거운 주제가 도드라지지만 읽기에 답답한 느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