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을 계기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사이 갈등의 골이 깊게 패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입각 강행에 대한 반발이지만, 의원들은 켜켜이 쌓인 불만을 터뜨린다. 왜 매사 당을 무시하고 대통령 맘대로 하느냐는 거다. 청와대는 의원들이 그 정도로 삐져 있는지 몰랐는데 그래도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 배째라는 투다. 만찬 약속도 깰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하다. 유 의원에 대한 여론이 나쁜데도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은 “골이 띵할 정도의 오만”이란 얘기가 나오더니 “(당·청 관계가) 이혼을 전제로 한 부부가 동거하는 꼴”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양쪽을 다독여왔던 중진 의원들마저 “심금(마음의 줄)이 끊어졌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김근태계니 정동영계니, 영남·민주계니 호남·재야계니 각종 정파 라인업이 그려진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표현대로 “마치 견공이 자기 꼬리를 물 것처럼, 정치활극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은 간단히 말해 유시민도, 노무현도 ‘비호감’이라는 건데, 다른 건 몰라도 유시민의 ‘싸가지 없음’을 문제삼는 방식 역시 ‘싸가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를 선택한 것을 전술적으로 반대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정서적 비토를 당 밖의 안티여론을 들이대며 관철하려던 것은 비겁했다. 그것도 같은 편끼리 말이다. 난 걔가 비호감이라는 거랑 걔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호감이라서 내게도 비호감이며 아울러 걔를 선택한 그도 비호감이라는 것은 다르다.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경우는 없다. 존경하는데 무시하는 경우는 더욱 없다. 한마디로 노무현은 여당 의원들에게 반하지 않은 거다. 대신 유시민에게 반했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다. 명분과 당위의 아성에 갇혀 대연정 촌극을 손 꼭 잡고 보여줄 때부터 그들의 사랑은 심상치 않았다. 오죽 눈 멀었으면 사사로운 연애까지 공익화하겠나. 내게 반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미련을 버리고 생업에 몰두하는 게 ‘관계의 정석’이다. 어떤 설명이나 핑계나 위로나 대안도 구질구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