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드라마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작 그 많은 드라마 중에서 볼 만한 드라마는 찾기 어렵다. 불륜에 출생의 비밀, 삼각 관계, 난치병, 신데렐라 등 뻔한 소재에 줄거리도 비슷비슷한 드라마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그마나 탄탄한 극본의 단막극들이 체면치레를 해 주고 있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문화방송 <베스트극장>의 ‘사랑해, 아줌마’(극본 설경은, 연출 김도훈)와, 같은 날 밤 방영된 한국방송 2텔레비전 <드라마시티>의 ‘집으로 가는 길’(극본 김찬주, 연출 고영탁) 두 작품은 잘 쓰인 극본이 드라마에 얼마나 힘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였다.
‘사랑해, 아줌마’는 2005년 문화방송 극본공모 우수작으로 만들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졸지에 혼자 남게 된 까탈스런 17살 여고생 세리와 세리의 살림을 맡은 가정부 ‘끝순이’의 ‘좌충우돌 동거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또 ‘집으로 가는 길’은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타내려고 자살을 기도하려는 영수의 차에 자해공갈범 용철이 뛰어들면서 친구가 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생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상황 설정의 기발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저렇게 극본을 쓸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 냈다. 여기에 재미와 감동까지 함께 선사했다.
그동안 <베스트극장>은 지난해 10월29일 부활한 이후 ‘태릉선수촌’ ‘문신’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 등의 참신한 작품을 방영해 시청자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시티> 역시 신선한 소재와 줄거리로 마니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단막극들이 시청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보다 극본의 참신함 때문이다. 단막극은 본격적인 드라마 집필 경험이 적은 신인 작가들이 주로 극본을 맡는다. 반면 단막극을 제외한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이미 여러 편의 드라마를 쓴 기성 작가들이 극본을 집필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재능있는 신인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모험을 시도하길 꺼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드라마화하다 보니 늘 줄거리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매주 지상파에서만 20편이 넘는 드라마가 만들어지는데, 숫적으로 적은 드라마 작가 인력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공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피디들 사이에도 “매주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지지만 대개 뻔한 이야기이며 방송사마다 이렇게 많은 드라마를 양산하는 것은 낭비”라는 목소리가 높다. 제대로 된 극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제 지상파 방송사들은 외국 방송사에 비해 편성비율이 높은 드라마 방영을 줄이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니면 더욱 적극적인 극본 공모나 신인 작가 발굴·육성 등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