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자매가 있다는 건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자매는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되어주는 동시에 걸핏하면 옷이나 장신구를 말도 없이 빌려가서 망가뜨리는 애물단지가 되게 마련이니까. <당신이 그녀라면>의 두 자매, 로즈(토니 콜레트)와 매기(카메론 디아즈)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세상천지가 다 알고 있는 그와 같은 사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지만, 놀랍게도 지루하거나 식상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로즈는 성공한 변호사지만 통통한 몸매에 콤플렉스를 느껴 신지도 않을 예쁜 하이힐을 사 모으는 게 취미다. 매기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만 타고난 미모와 몸매로 남녀상열지사에 타고난 재능을 보인다. 로즈는 철없는 여동생이 실업자가 되어 집에 쳐들어올 때마다 그녀를 돌보는 데 큰 불만이 없었지만, 자신이 모처럼 사귄 남자친구가 매기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반쯤 미쳐버린다. 언니 집에서 쫓겨난 매기는 죽은 줄만 알았던 외할머니(셜리 매클레인)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외할머니에게 얹혀 있기로 마음먹는다.
<당신이 그녀라면>은 칙 릿(chick lit: 20∼30대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대중소설)인 제니퍼 와이너의 베스트셀러 <하이힐>을 원작으로 둔 영화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성공한 언니나 천방지축 동생이나 어머니의 이른 죽음으로 인해 경험한 불안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자매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이 엮는 탄탄한 드라마의 힘이다. <LA 컨피덴셜> <원더 보이즈> <8마일>을 감독한 커티스 핸슨은 감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감성적인 결말을 끌어낸다. 해피엔딩이 도식적으로 보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뮤리엘의 웨딩>으로 잘 알려진 토니 콜레트의 열연과 마치 신고 태어난 듯 꼭 맞는 구두 같은 매기를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의 연기 덕분이다. 잃은 줄 알았던 손녀딸들을 되찾고 눈물 범벅이 되는 대신 현실적인 따뜻함으로 그들을 단련시키는 외할머니 엘라 역의 셜리 매클레인 역시 녹슬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당신도 그녀라면>은 애인도, 예쁜 하이힐도 있지만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을 감싸안는 따뜻한 포옹과도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