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등장인물이 곧 사건, 사고인 영화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 그들은 드라마의 주인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말썽의 원인과 결과이다. 그러므로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많아질수록 일은 더 꼬이게 마련이다. 그 사이 어딘가 난처함에 빠져 있는 주인공이라도 한명 있다면, 그는 오해와 누명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진땀을 빼게 마련이다. <알리바이>의 주인공 레이가 바로 그 말썽 많은 게임에 빠진 난처한 주인공이다.
레이(스티브 쿠간)는 일명 ‘알리바이 컨설턴트’다. 이 희귀 직종의 역할은 누군가의 알리바이를 조작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일선에서 물러나려고 마음먹는 순간 진짜 사건이 시작된다. 약혼자 몰래 다른 여자와 여행을 가는 데 알리바이를 만들어달라는 고객의 부탁을 받는다. 레이는 그의 행선지를 조작하고, 자신이 대신 의뢰인 행세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의뢰인이 실수로 여자를 죽이게 되고, 레이는 범인으로 누명을 쓸 처지다. 그도 모자라 의뢰인은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여 아예 레이를 죽이려고 한다. 게다가 그 살인 청부업자는 느닷없이 또 다른 알리바이 청탁을 해오고, 그의 아내 중 한명은 시도 때도 없이 레이를 유혹하려 든다. 레이는 이 인물들 모두를 한곳으로 불러모아 사건을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몇개의 집단이 서로의 뒤를 쫓아다니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가 이 영화를 미리 예상하기에 가장 좋은 전범이 될 것이다. <록 스탁…>가 총 두 자루를 놓고 빙빙 돌았다면, <알리바이>는 주인공 레이를 놓고 꼬리잡기를 한다. 비교하자면, <알리바이>가 좀더 밋밋하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이 ‘플롯상의 놀이’라는 제한적인 역할만 완수하고 단숨에 끝낸다는 점에서는 <알리바이>도 귀여운 면이 있다. <록 스탁…>류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게 조금은 복잡했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관람의 시간이 될 것 같다. 대신, <알리바이>는 극장 안에서의 1시간30분을 제외한 그 바깥에서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그 점이, 말하자면 이 영화의 영화적 알리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