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한정판)>(왼쪽),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한정판)>
예전부터 스파게티 웨스턴이 큰 시장을 형성했던 일본과 독일에선 DVD 시대를 맞이해서도 그 인기가 그칠 줄 모르는 듯하다. 일본 이마지카에서는 지난 몇년간 특별판 형태의 <마카로니 웨스턴 박스 세트>를 출시해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는데, 이제는 독일에서 스파게티 웨스턴 DVD를 꾸준히 발매하고 있어 다시 한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특별판으로 기획된 다양한 박스 세트들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이하 <웨스턴>) 박스 세트와 초기 작품 <황야의 무법자>와 <속 황야의 무법자>를 묶은 특별 한정판 세트 <달러 박스>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복원된 <황야의 무법자>와 <속 황야의 무법자>의 독일 출시에 맞춰서 동시 발매를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웨스턴> 한정판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발매된 기존 2디스크 버전을 나무로 된 박스로 재포장하고 O.S.T 샘플러와 영화의 상징적인 소품 하모니카를 기념품으로 넣은 한정판으로, 열광적인 영화팬들의 충성심을 타깃으로 삼아 특별판으로 여러 번 우려먹는 DVD 상술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달러 박스> 역시 <속 황야의 무법자>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시계를 부록으로 넣고 자물쇠까지 갖춘 나무 박스로 포장하는 마케팅 과잉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웨스턴> 박스와는 차별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완벽하게 복원된 새 필름을 바탕으로 HD급으로 트랜스퍼한 두 작품의 DVD 영상은 기존 버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또렷한 고해상도의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선보인다. 그리고 비슷한 사양으로 이미 출시되었던 영국판이 리믹스된 DD 5.1과 DTS 음향만을 채택하여 음향적인 향상을 꾀하려고 했던 반면, 독일판은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여 복원된 영어 모노 음성 트랙을 주음성으로 제공하고 있어 오디오 부분에서 인위적인 리믹스가 주는 이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던 영국판의 아쉬움을 완벽히 보정하고 있다.
별도의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달러 박스>의 부록은 영국판과 동일한데, 영화의 복원과정에서부터 제작과정에 대한 회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레오네 학자로 최근 성가를 드높이고 있는 크리스토퍼 프레일링의 참여는 레오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도와준다. 사후에 융숭한 대접과 재평가를 받고 있는 레오네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이 박스 세트들은 한 거장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상업적으로는 배급사에 꾸준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영화 유통시장의 패러독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