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은 DVD 제작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간 그의 영화를 DVD로는 보지 못했는데, 결국 만나게 된 <친절한 금자씨>의 DVD는 듣던 소문과는 사뭇 다르다. <친절한 금자씨> DVD는 기름기를 쏙 뺀 담백한 외양을 보여준다. 특히 전작인 <올드보이>가 여러 버전의 다양한 DVD로 선보였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 그렇다. 그런데 부록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자료영상을 보면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았을 걸로 짐작되는 바, 자료영상의 지루한 나열에 불과한 몇몇 한국영화의 DVD 구성과는 뜻을 달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조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메이킹필름(11분), 배우 인터뷰(26분), 베니스영화제 현장(8분), 5개 섹션으로 구성된 스타일 분석(36분), 롱테이크 촬영본(14분)은 시간을 잰 듯 날렵한 진행과 깔끔한 편집, 적당한 정보로 인해 부담없이 보기에 즐거운 것들이다. DVD 제작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세개나 수록된 음성해설로 보인다. 본편 영화와 본격적으로 만나고자 하는 관객에게 그만인 선물이다. 영화를 보면서 담담하게 듣고 싶으면 감독과 주연배우의 것을, 제작과정과 기술적 측면의 다양한 정보를 얻기엔 감독과 촬영감독, 미술감독의 것을, 박찬욱 영화의 스타일에 대한 세심한 시선을 느끼자면 영화평론가의 것을 골라 듣는 게 좋겠다. 그리고 DVD 구성상 특이하게 두 가지 버전의 영화를 수록해놓았다. 복수에서 벗어나 깨끗이 정화되는 주인공의 변화에 따라 영화의 색깔을 점점 제거하려던 애초 의도에 맞춘 버전이 두 번째 디스크에 별도 수록되어 있다. 74분 이후 서서히 흑백영상으로 변하는 영화를 보는 맛이 색다르다.
‘복수 3부작’을 보는 내내 불편했던 이유를 이젠 알 것 같다. 악당인 줄 알았던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던 게다. 독자적인 윤리와 취향을 가진 괴물은 인간이 믿는 제도와 사회를 비웃고 파괴하며, 전복을 꿈꾸던 자에게 환상을 제공한다. 급기야 <친절한 금자씨>에 이르러 괴물에게 있어 금기라 할 구원의 주제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창조자- 다름 아닌 박찬욱- 에게 질문하던 괴물이 결국 구원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3부작은 정점을 맞는다. 바로크와 신과 괴물의 세계인 <친절한 금자씨>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신화적 영역에 도달한 작품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찬욱은 메리 셸리나 제임스 웨일, 테렌스 피셔보다 훨씬 야심차고 솔직하다. 그들이 프랑켄슈타인이란 대리인을 통했던 반면 박찬욱은 바로 괴물과 소통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