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호연 속 인물·이야기 불완전 개연성 대신 작위의 흔적 여기저기
한국방송 <슬픔이여 안녕>이 지난 1일 60회로 끝났다. 마지막회 전국 평균 가구시청률 31.9%, 전회 평균 가구시청률 25.2%로 흥행 성적은 좋았다. 김동완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거두기 힘든 결과였다. 탱탱한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주말 드라마라 해도, 극적 완성도 면에선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슬픔이여 안녕>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들도 여전했다.
드라마의 핵심인 인물과 이야기의 문제다. 인물의 비정상성은 서사적 결함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주인공 한정우(김동완)는 27년간 친형 부부를 친부모로 여기고 살아오다 어느날 친어머니를 알게 된다. 정우의 친어머니 강혜선(이혜숙)은 갓난아기 때 헤어진 아들과 만난 기쁨도 잠시, 암 말기 선고를 받고 아들 품에서 숨진다. 여기까지가 흔하디 흔한 ‘출생의 비밀’과 ‘죽을 병’ 설정이다. 이야기 늘리기와 꿰맞추기의 비법이다. 게다가 정우는 적잖은 고민과 갈등을 겪지만, 형제들은 정우에게 “호적을 바꾸라”고 말할 뿐, 담담하기만 했다. 여기에선 개연성이 사라진다.
한씨네 국수를 망하게 하려다 맥없이 회개한 뒤 국수공장을 돌려주는 박일호(한진희), 사업이 망했다는 거짓말로 아내에게 딸 서영(박선영)의 결혼 승낙을 끌어낸 장태복(장용), 그 거짓말에 속아 한달 생활비 50만원에 무릎꿇은 사장 부인 이연심(윤여정), 가출로 아내 길들이기에 나선 정우의 둘째 형 성규(김일우)와 이에 따라 개과천선한 아내(김은숙) 등 대부분의 인물과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엉뚱하기만 하다. 개연성 대신 작위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형국이다.
굳이 넘어가자면 이해하기 어려운 바는 아니다. 가족간의 사랑을 6개월 동안이나 이야기해야 했으니, 적당한 사건과 갈등, 화해를 반복하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끈함’을 끌어냈어야 할 터. 더구나 애초 50회에서 10회가 늘어나며 사건은 마르고 갈등은 재미없고 화해는 억지스러울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그러나 여기에 만족한다면 드라마 연출자를 감독이라며 부르며, 대본 쓰는 이를 작가라 이름하기에는 곤란하다. 왜냐. 바다 건너 일본의 한국 드라마 팬들조차도 더는 속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과시한 일본 후쿠시마현의 40대 여성 다카하시 유미코도 “한국 드라마는 도중에 시나리오가 변한 것을 알게 되거나 최종회에 납득할 수 없는 결말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야기 구조가 많다. 표현방식이 상투적이어서 배우의 눈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인공이 어디서 등장할지 등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물며 한국 시청자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가수 출신으로 드물게 성공한 연기자와 한국방송이 벌어들인 광고비 외에 <슬픔이여 안녕>이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주시청층인 50대 남녀(전회 평균 50대 남녀 시청률은 21.5%와 25.9%, 나머지 나이대는 10%대를 밑돎)의 차선적 채널 결정에 힘입은 바는 아닌지, 경쟁 방송사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