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투자·제작 주체들의 부율 개선 요구에 멀티플렉스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 합리화 구조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12월14일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 롯데,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에 한국영화 부율 개선 등에 관한 협의를 다시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에 앞서 추진위는 12월6일 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앞서는 데도 불구하고 외국영화보다 불리한 조건인 5 대 5로 수익을 분배받아왔다며 멀티플렉스 체인들에 부율 개선 협의를 요구한 바 있다.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추진위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CGV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안됐다. 부율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극장협회를 통해서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메가박스와 롯데 또한 CGV와 마찬가지로 부율 문제는 “개별 극장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서울시극장협회와 논의를 통해 풀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추진위가 무슨 법적 단체도 아니고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의 말은 ‘테이블에 나서는 순간 손해’라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멀티플렉스들로부터 부율 문제를 ‘떠안은’ 서울시극장협회쪽은 아직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멀티플렉스들로부터 아직 공식 요청을 받은 건 아니고 다만 CGV나 메가박스쪽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오긴 했다”면서 “추진위가 부율 문제를 멀티플렉스 체인들에만 국한하겠다고 했지만 개별 극장들 입장에선 그걸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1월 초에 협회 차원에서 추진위를 만날 계획이 있다”면서 “개별극장들 입장에선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고울 리 없지만 현재로서는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추진위는 멀티플렉스의 ‘버티기’를 관망하지만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멀티플렉스가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심결을 요구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해서라도 “현행 한국영화 부율이 부당한 관행”임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번이 아니면 부율 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추진위는 이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검토를 상당 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쪽으로부터 법률적 검토를 의뢰받은 조광희 변호사는 “외화에 비해 불리한 현행 한국영화 부율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국영화 부율은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조건 차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변호사는 “과거 극장쪽에서 스크린쿼터와 부율 문제를 연동시켰으나 스크린쿼터는 합헌 판정이 난 상황이라 법률적 검토 대상이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