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한류우드’라는 기상천외한 이름의 문화관광산업단지를 세운단다. ‘차세대 동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키운다는 꿈이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는 최근 서울메트로로 이름을 바꿨다며 지하철마다 광고 도배 중이고,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SH공사로 거듭났다. 시내버스마다 색깔별 영문 이니셜을 박아넣고 조잡한 조형틀로 청계천을 거꾸로 흐르게 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야심 많은 시장님과 샘 많은 지사님을 의식한 이름짓기 행보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목마르트르(몽마르트르), 쉐봉(세봉) 같은 다방이나 빵집은 귀엽기나 하지, ‘글로벌’적 조어로 ‘글로벌’적인 쪽팔림을 자처하는 건 세금이 아깝다. 연말을 기해 급기야 가압류 협박 경고장이 날아온 주민세 6천원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녕 내고 싶지 않다(우즈 유 마인드 영어로 써 보내바바플리즈∼). 게다가 차세대 동아시아라며(미국 진출도 아니고), 또 서울시내 오가고 개발하는 일이라며(서울시 무슨무슨 공사인 것을). 전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장사도, 다른 나라에 지점을 둘 사업도 아니잖아.
예전에 서울 명동 거리를 걷다가 어느 허름한 사람이 “저, 심원다방이 어딥니까?”라고 물었을 때 속으로 “심원이 뭐야, 시몬이지” 비웃었다가 잠시 뒤 정말 ‘심원다방’을 발견하고 반성했다는 누군가의 에피소드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머리가 좋아야 잘 베낄 텐데…. 새해에 담배 끊으면 나아질까?) 홍콩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에서조차 우리나라 농민들이 1등을 하는지 그래서 현지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지가 국내 시위 진압과정에서 농민이 맞아 죽는 것보다 더 주요하게 다뤄지고, 열띤 응원과 맹목적 믿음으로 줄기세포에 핀 곰팡이마저 날릴 수 있다고 믿는 전교 일등주의 과학개발입국에 살기 때문인가. 시장님과 지사님의 비문화, 아니 반문화적 행보조차 자정은커녕 검찰에 수사 의뢰해야 할 것만 같다. 어쨌든 지지고 볶던 2005년이 간다. 오케이다. 아임 젠틀이다. 그런데 아유는 젠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