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경 작 극본 탄탄…억지사랑 대신 미스터리 가미 그림같은 영상 눈길…아역 실감연기 한몫
<황금사과>에서 실감나는 아역 연기를 펼친 김명재, 이영아, 박지빈, 유연미(왼쪽부터)
지난달 16일 시작한 한국방송 2텔레비전 수목 드라마 <황금사과>(김운경 극본, 신창석 연출)가 작품성과 재미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황금사과>는 1960~80년대 경상도를 배경으로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네 남매의 성장과 인생을 그린 드라마다.
<황금사과>는 방송 시작 이후 줄곧 15~17%의 시청률을 보여 지상파 3사 수목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지난 8일 8회로 아역배우 출연분을 마감하고 14일부터 박솔미 등 성인 연기자에게 바통을 넘겼다. 8회 분에서는 경숙(아역 이영아) 남매의 아버지 천동(최일화)이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유언하며 숨을 거두는 내용이 방송돼 17.7%(TNS미디어코리아 조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가 억지로 짜맞춘 듯한 신데렐라 스토리 위주인 데 반해, <황금사과>는 1960~197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끈끈한 가족애와 ‘고향’의 정서를 보여준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평범한 한 가족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용이 ‘미스터리 추리극’ 성격도 띠어 젊은층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또 이 드라마는 박지빈(경민 역), 유연미(금실 역) 등 아역의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부터 동네유지이며 과수원 주인인 이덕화, 이 과수원의 머슴인 4남매 아버지역의 최일화, 같은 머슴인 정승호(황창한) 등 중견연기자들의 열연도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60~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아역 4인방의 눈물 연기에 일희일비하며 드라마에 동화돼가는 ‘동조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박지빈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인급인데도 각자 뚜렷한 개성과 능청스런 사투리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숙 역의 이영아는 <황금사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문화방송 차기 일일드라마에 주연으로 낙점됐을 정도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고 추억하며 <황금사과>의 확고한 지지층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호평을 받는 데는 극적 갈등과 해학적 사실 묘사를 능청스럽게 결합시키는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온 김운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이 있기 때문이다. 김운경 작가는 <서울의 달> <옥이이모> 때처럼, ‘아까징끼’ ‘탁빼기’등 아날로그 대사로 중년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그림 같은 영상은 특히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부 방송전문가들은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과 스토리, 감칠맛나는 영상이 마치 아침 주부들을 겨냥한 아침 드라마 구성과 흡사함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절대강자가 없는 수목 저녁시간대에 주부시청자들을 위한 ‘놀이터’를 마련한 것이 시청률 상승의 결정적인 동인이 됐다는 것.
지난 8일 8회분을 마지막으로 아역들이 극을 떠나게 되자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아쉬움을 호소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그런 만큼 앞으로 본격적으로 극을 끌고 가야 하는 성인 연기자들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부천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난 박솔미 김지훈 지현우 고은아 등 네 연기자는 “아역들이 잘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걱정도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출연하는 14일의 9회분은 세월이 흘러 12년 후로 설정됐다. 술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맏이 경숙(박솔미), 이를 악물고 공부해 대학생이 된 뒤 아버지의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한 증거 수집에 돌입하는 경구(김지훈), 다방에서 디제이를 하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경민(지현우), 해맑은 성격의 고등학생으로 자라나 경민을 내심 짝사랑하는 금실(고은아)의 모습들이 그려질 예정이다.
신창석 피디는 “아무래도 한동안은 아역들과 비교되겠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큼 내용 위주로 봐달라”고 밝혔다.
“아역들 너무 잘해 부담돼요”
바통 이어받은 성인역
<황금사과>에서 성인 주연을 맡은 김지훈, 박솔미, 고은아,지현우(왼쪽부터)
30부작 드라마 <황금사과>는 15일 9회부터 박솔미, 김지훈, 지현우, 고은아 등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 연기자들의 자리를 대신해 출연했다.
박솔미는 극중에서 부모 대신 꿋꿋하게 집안 살림과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 나가는 시골처녀 ‘경숙’ 역을 맡았다. 아역 시절에서 12년이 지난 197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연기를 한다. 고향 언니 미자(조미령)의 술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에스비에스 <올인>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로서는 시대극은 첫 출연이다. 늘 화려한 역을 맡다가 수수한 시골 처녀 역도 처음으로 연기한다. 박솔미가 그동안 맡아온 역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 여리고 가녀린 모습과 180도 다른, 겉보기엔 유약하나 불타는 내면을 지닌 경숙 역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지 관심거리이다.
올 초 에스비에스 <토지>에서 ‘젊은 길상’을 맡았던 김지훈은 이를 악물고 공부해 대학생이 된 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려고 애쓰는 ‘경구’ 역을 맡았다. 문화방송 <사랑찬가>에서 ‘강혁’역을 연기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조숙하고 속 깊은 캐릭터다.
한국방송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 피디(PD)’역을 맡아 수많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은 지현우는 이번에는 추억의 디제이(DJ)로 변신한다. 디제이가 된 성인 ‘경민’을 연기하는 것. 그는 극중에서 디제이 특유의 멘트를 구사하고, 매회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극중에서 부른다.
한국방송 <드라마시티> ‘여름, 이별 이야기’ 출연이 드라마 경험의 전부인 고은아는 ‘금실’이로 분해 이번에 본격적인 안방극장 신고식을 치른다. 그는 그동안 러브홀릭의 <스카이>, 이승철의 <열을 세어 보아요> 등 뮤직비디오와 10여 편의 광고에 출연했다. 전라남도 장성의 과수원집 막내딸인 여고생 고은아는 이번에 금실 역을 맡은 뒤 집에서 서울을 오르내리며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는 등 ‘악바리’ 같은 모습을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