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대중영화의 경향은 어떠했을까? 어떤 특징이 출현했을까? 그 많은 영화들을 단숨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중이 마시고 내쉬는 공기와도 같은 영화들을 심사숙고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씨네21>은 기자와 평론가의 글을 모아 2005년 한국 대중영화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또는 네 가지 경향으로 비평특집을 마련했다. 올해는 우선 걸출한 대중 영화감독들의 작품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주먹이 운다> <달콤한 인생> <형사 Duelist> <친절한 금자씨>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의 전시성에 대해서 쓴 정한석은 “작품의 내적 재현 양식으로서의 전시성”이 어떻게 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합의 지점에서 소용돌이치는지 주목한다. 장르영화에 대한 새로운 제작 사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안시환은 <혈의 누>와 <남극일기>를 좇는다. 이 영화들에서 재현되는 “하나의 서사로 통합될 수 없는 공백을 노출한 아버지와 그에 대한 아들의 태도”를 “지금의 한국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문화적 징후”로 본다. 장르에 대한 영화가 많았듯이 이야기에 관한 영화도 많았고, <웰컴 투 동막골>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말아톤>처럼 기대보다 더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야기 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남다은은 이들 영화에서 “익숙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지우며, 결코 현실일수 없는 현실을 재생산”하는 이야기 구조를 발견하고 우려를 표명한다. 그리고 황진미는 올해 들어 갑자기 등장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영화에 관심을 표명한다. <마파도> <간큰가족>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까불지마> 등이다. 여기에서 노인과 코미디의 함수관계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수미에 관심을 쏟는다. 의견들을 모아놓고 보니 다소 우려와 근심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영화에 대한 무익한 추임새보다는 훨씬 나은 지지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