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한국영화산업 구조 합리화 추진위원회’는 12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비합리적인 현행 한국영화 부율(투자·제작·배급사와 극장이 수익을 나누는 비율) 조정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외국영화와 동일한 6:4(투자·제작·배급사:극장)의 수익분배 비율을 한국영화에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추진위는 12월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협의 요청문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명 MK픽쳐스 이사는 출범식에서 “최근 3년 동안 극장 수익률이 22%에 달하는 반면 투자·제작 부문 수익률은 -8.5%로 나타나는 등 이익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2001년 이후 한국영화가 극장 수익에 더 크게 기여함에도 부율은 조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한국영화는 서울의 경우 외국영화보다 불리한 5:5 비율로 극장쪽과 수익을 나눠왔다. 한국 영화산업이 성장했지만, 불공정한 부율로 인해 그 과실은 극장쪽이 모두 취한 꼴이라는 주장이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도 현행 한국영화 부율은 “과거 일제시대의 관행이라며 이제는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결성됐던 부율추진개선위원회와 달리 이번 추진위는 제작·투자사뿐 아니라 감독, 배우까지 가세한 것이 특징이다. 추진위가, 서울시극장협회가 아닌 4개 멀티플렉스를 점찍어 테이블 마련을 제안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 부가판권 시장 정상화, 제작시스템 합리화 등의 과제에 앞서 추진위가 부율 문제를 제기한 데는 그동안 멀티플렉스가 “부율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협의 요청문에 따르면, 추진위는 부율 조정뿐 아니라 “극장 마케팅을 위해 도입한 할인 행사의 부담을 투자·제작사에 떠넘기거나 예고편 상영 때도 추가비용 지불을 요구하거나 3개월이 지나서야 수익을 정산해 주는” 등 멀티플렉스의 ‘일방적인 횡포’ 또한 협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멀티플렉스들은 “부율 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극장 수익이 평균 10% 이상 줄었다. 부율을 문제삼을 게 아니라 입장료를 인상해야 하는 게 순서상 맞다고 본다”면서 “부율 문제만 하더라도 영진위 같은 중재 기관이 나서야 할 사안이지 이렇게 밀어붙이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CGV와 롯데시네마쪽도 “서울시극장협회 등을 통해 다른 극장들과 의견 조율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서울시극장협회쪽도 “외려 외국영화의 부율을 한국영화처럼 5:5로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극장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인들이 결집한 추진위의 파상공세에 멀티플렉스들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