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은 여성의 몸 왼쪽 오른쪽 2개의 난소에서 번갈아가며 한달에 한개씩의 난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과배란은 한달에 한개씩 나오는 난자를 호르몬제 등을 써서 한꺼번에 많이 나오게 하는 것으로, 한번에 12개의 난자를 얻으려면 2년치에 해당하는 난자를 한꺼번에 뽑아내야 한다. 채취 과정의 고통을 차치하고라도 이것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은 안 봐도 비디오다. 이 때문에 많은 유럽국가에서는 불임시술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인위적인 난자 채취를 문제삼고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발적인 난자 ‘기증’도 불법으로 하고 불임시술 뒤 남은 잉여난자의 ‘공유’에도 태클을 걸고 있다. 한국에선 이와 관련한 데이터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인위적인 난자 채취 뒤 많게는 20%가량의 여성들이 후유증과 부작용을 호소하고 1%가량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우석 파동으로 촉발된 난자기증운동의 ‘선의’를 백번 이해한다 해도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는지는 염려된다. 이건 피를 좀더 많이 뽑아내는 것과는 차원도 맥락도 다르다. 오죽하면 과학기술인연합이 “난자기증운동은 사회적 수용성을 검증하기까지 자중하기를 촉구”했을까.
난자 논란이 연구의 진위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여론은 딱 두개로 갈린다. 엄청난 대박 로또를 놓쳐선 안 된다는 ‘국익론’과 윤리 문제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명론’이다. 왠지 둘 다 (국가이든 창조주이든) ‘아버지’의 이익과 뜻을 거슬러선 안 된다는 강박 같다. 애초 연구원 난자 기증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종두법을 개발한 제너나 지석영도 가족을 대상으로 먼저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연구하는 것과 연구원을 가족(특히 자식) 취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급기야 어떤 교수님은 방송 토론에서 연구원 난자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로 “미혼 연구원은 부모의 동의서를, 기혼은 남편의 동의서를 첨부하자”는 제안을 했다. 정말 ‘부라보!’다. 가부장성이라는 이 난치병은 대체 언제쯤 고쳐지려나.